long, long ago

from 나날 2022/09/20 19:10

까마득한 옛날,
국민학교 1, 2학년 때
이 길을 걸었다.
영도 청학동과 동삼동 사이
산 등성이에 난 길.
같은 나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 아이와 함께였다.
부모님끼리 친분이 있어서
알게 된 사이였다.

당시의 이 길은
사진 속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축대도 없었고
포장되지 않은 길 옆으로
밭이 이어졌다.
그 길을 걷다가 모퉁이를 돌면
다른 세상이 열릴 것 같았다.
위로는 하늘이었고
아래로는 집들,
그리고 항구였다.

함께 걷던 여자 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그 옛날에>라는 미국 민요였다.
물론 우리말 가사로 불렀다.
'옛날에 즐거이 지내던 일
나 언제나 그리워라.
동산에 올라서 함께 놀던
그 옛날의 친구여...'

그런데 그때의 일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내가 다 자란 다음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화의 장대한 스크린을
지배하며 흐르는 음앋처럼 말이다.
한 아이의 흥얼거림이
산이 닿지 못한 하늘과
항구가 품지 못한 바다,
그 너머의 광대한 공간을,
아니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왠지
아이와 손을 잡고
걸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것은
국민학교 입학식 전날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우리집을 방문했다.
자신의 어머니 옆에 꿇어앉아서
말없이 사과를 먹었다.
아사아삭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아이집에 놀러갔다.
마당에 있었던
파초인지 종려나무인지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마 그날이 함께
산 위로 올라가서
모퉁이 길을
걸은 날인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와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
같은 국민학교를 다녔지만
한 반이 된 적도 없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영도를 떠났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올 때
어머니께서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 아이가 여대에 들어갔다며
연락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쑥스러워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 노래만 남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그 노래.

*

이 날을 끝으로
영도에서 사진찍기를
그만 두기로 했다.

책에 필요한 사진을 찍는 김에
영도의 이곳 저곳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는데
아픈 때여서 버겁기도 했지만
퇴락해가는 길과 모퉁이에 깃든
기억과 이야기들이
살아나기 시작해서
마음이 힘들었다.
스스로를 주장하며 일어서는
기억 속의 존재들을 견디기에
내가 그리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란
과거의 일이 현재에 출몰해서
자신의 의미를 묻는 것이다.
일일이 답하기보다
그것을 다독이고
내버려둬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들은,
그저 옛날의 것으로
놓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




Long, long ago

-Thomas Haynes Bayly

 

1

Tell me the tales that to me were so dear
 Long long ago, long long ago
 Sing me the songs I delighted to hear
 Long long ago, long ago
 Now you are come all my grief is removed
 Let me forget that so long you have roved
 Let me believe that you love as you loved
 Long long ago, long ago

2

Do you remember the path where we met
 Long long ago, long long ago
 Ah yes you told me you ne’er would forget
 Long long ago, long ago
 Then to all others my smile you prefered
 Love when you spoke gave a charm to each word
 Still my heart treasures the praises I heard
 Long long ago, long ago

3

Though by your kindness my fond hopes were raised
 Long long ago, long, long ago
 You by more eloquent lips have been praised
 Long long ago, long ago
 But by long absence your truth has been tried
 Still to your accents I listen with pride
 Blest as I was when I sat by your side
 Long long ago, long ago











2022/09/20 19:10 2022/09/20 19:1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