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from 이야기 2004/02/20 00:00

이쯤이면,
우리가 미친년이라 부르던 누나가 산에서 내려와
동네 아이들을 만나고 다녔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자기 오빠 자랑을 했다.

또 이즈음이면,
우리가 바보라 부르던 형아가
사지 뒤틀어진 걸음으로 햇볕 속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그 걸음을 웃으며 놀려댔다.




지금 생각하면,
누나가 미친 것이 아니었다.
겨우내 추운 산에서 지나며
못만난 사람을 만나
꽁꽁 얼려두었던 이야기들을
풀어준 것이었다.

형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골방에서 붙들려
긴긴 겨울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리운 햇살을 만나러 나왔을 뿐이었다.

그립다, 지금 오십은 넘었을
그 미친 년, 그 바보.












when the saints go marchin' in/
the all-star marching band

harry belafonte의 노래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2004/02/20 00:00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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