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간 얼굴들

from 이야기 2004/03/02 00:00

달리던 버스가 잠시 멈춰 섰을 때에나
잠자리에서 몸을 돌려 누웠을 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평소에는 기억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기억의 프레임에 간당간당 하게 걸려 있다가
어느 순간에 다시금, 다시금
떠오르는 얼굴들.

대체로 말을 잘못하고,
무언가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에는
천성적으로 자질이 결여되어 있어
결국은 그 무리에서 밀려나 버리는
그런 사람들.

기억 속의 그 모습들은
대체로 한걸음쯤 떨어져
할 말을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무표정하다.
늘 언저리를 밟고 엉거주춤하게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순간의 포즈를 보인다.

이야기를 해야할 때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땀을 흘리기도 하고,
질문을 받기라도 하면
불리한 심문을 받는 양 더듬어 대는,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항변을 못하고
잃어버리고야 마는,  
결국은 조직의 논리에 의해
도태되어 버리는...





나는,
이 세상에, 자기의 몫이 있다고
당연히 믿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그런 당연함이 무기가 되어
남의 몫까지 뺏는 경우를
참으로 많이 보았다.

또한 한때는
빈곤 마저 소유하려 드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자신의 정당성을 보장해주는
아주 멋진 소유물로서의 빈곤.

그러나 그 당연함 때문에
그 언저리의 얼굴들은
프레임의 언저리에서 마저
사라져가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이, 아무 것도 없이...

대학교때의 친구는 스님이 되었다하고
직장에서 만난 선배는 종적을 모른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after hours / velvet underground

2004/03/02 00:00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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