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선글라스

from 이야기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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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맥아더의 선글라스가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었던 전쟁영웅 맥아더.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글라스가 각인이 된 건
아마도 그사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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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후 또 하나의 선글라스가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소장의 그것.
아프리카나 중남미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인들의 사진을 보다
박정희의 사진이 그럴 듯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 선글라스 때문이리라.

맥아더는 백인인지라 빛에 약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썼을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는 아마도 거사(?)를 일으키면서 보는 이로하여금
시각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으리라.
맥아더의 강력한 존재감을 슬쩍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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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글라스는 패션 용품이 되었다.
지난날 마음에 각인 되었던 저 위압적 선글라스의 이미지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도록 하는,
위압의 힘이 실체로 존재함을 사회 곳곳에서 느낀다.

어쩌다 우리는
사물 하나에서도 위압을 느껴야하는
자유롭지 못한 역사를 가졌던가,
사물 하나 속에 깃든 뒤틀림과 슬픔.

*

우리의 하늘에 아직도 유령처럼 날아다니는 저 이미지들...
거기서 자유로워지기를, 거기서 해방되기를....


*

선글라스에 대한 사전적 정의

선글라스(←sunglasses)[명사] 눈부신 일광(日光)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색안경







ghost riders in the sky / blues brothers

어릴 적에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꼽으라면
'블루스 브라더스'를 빼놓을 수 없다!
2004/03/26 00:00 2004/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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