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安名物 호도과자

from 이야기 2004/10/01 00:00

이번에 부산엘 다녀 오는 KTX 안에서
호도과자 장수를 보았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경부선 기차를 타고 서울 부산을 오가다 보면,
호도과자를 파는 홍익회 직원들이
복도를 오다니곤 했습니다.

그때 마다, 나는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곤했습니다.
부산의 어린 동생들에게 호도과자를
사주고 싶기는 했지만
주머니를 걱정하며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한 번도 호도과자를 사지 않았습니다.

눈 딱 감고 호도과자를 사서
집으로 들고 갔으면 되었을텐데
소심하게도 그러질 못했습니다.

시인 고은이 환속하기 전
장터에서 왕사탕을 보았을 때의 심정을
시로 옮긴 것이 생각이 납니다.
굵은 설탕이 묻은 예쁜 색깔의 왕사탕을 보고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탕을 사서 딸에게 주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딸이 없다."



                                                                                                  -2004.10.1 못사준 호도과자

처음 서울행 기차를 탔을 때
아홉살이던 막내는
이미 이십대 중반을 넘겼습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부산의 집에는
서울에 있는 오빠가 사주는
호도과자를 각별하게 받아들일
어린 동생들이 없습니다.
이제 커서 자신의 아이를 기르고
시집을 가고 스스로 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혼자만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 오빠,
그런데도 선뜻 호도과자 한 번 사들고
동생을 찾은 적 없습니다.
그렇지만 동생들은 여전히
오빠를 좋아합니다.

아직도 기차간에서 호도과자 장수를 만나면
여전히 모자란 오빠는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사는 것이 부끄러워 집니다.






sacrifice / sinead o'connor

2004/10/01 00:00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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