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

from 이야기 2005/01/28 00:00

"눈의 본질은 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다"

지난해, 몇달간에 걸쳐
띄엄띄엄 읽던 책의
마지막 장에 씌어진 말입니다.






눈은 고맙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가늠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의 자료들을 제공합니다.  
사실, 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할 것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만큼 시각이란 감각이 중요하고
강력함을 나타내는 표현 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다른 각도에세 남이 본 것을
무시하기 쉽습니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자기자신이 경험한 세상의 일부분을
전체의 진실이라고 우겨버리는
잘못을 많이 저지르게 됩니다.

사람은 동시에 여러가지를 볼 수가 없습니다.
어제의 것은 기억만으로 존재하고
내일의 것은 도무지 볼 수가 없습니다.
내가 있는 지금 여기,
그 중에서도 지극히 한정된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의
눈이 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릴 때,
다른 이들은 모두
내 시선의 감옥에 가두어집니다.
사실 이세상은 그러한
감옥들로 가득합니다.

동양이라는 감옥
아랍이라는 감옥
여자라는 감옥
아프리카라고 하는 감옥
너라고 하는 감옥...

내가 본 것만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망쳐진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눈물이란 타인의 고통을
내것으로 받아들일 때 생기는 것.

눈의 본질이 눈물이라는 말은
자신의 시각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여러가지 폐해를 만들어왔던
내 시각 중심주에 대한
반성의 말일 것입니다.

일찌기 철학은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고
그것은 사람에게,
너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공존의 바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바라보고 판단하며
그 생각의 탑을 쌓아가는 동안
그러한 애초의 바탕은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지식만을 위한 지식,
사람이 없는 지식의 폐허를
이미 우리는 오래도록
경험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느냐가 그 사람이다"

카메라를 접하고
영상물을 만들어 오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말입니다.

환경과 교육과
자신이 처한 입장에 의해
많이 가려져 있지만
우리는 약간의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지 않고 저것을 볼 자유.
자신이 바라본 것, 경험한 것을 근거로
자신이 주인이 되는 멋진 탑을
쌓아가는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바라봄으로써
저 오랜 비아냥에 시달리는
사랑의 삶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깊은 밤 지하도의 한 가운데
한사람이 누워있습니다.
노숙자입니다.
신문지를 내의처럼 입고
더러운 외투를 여러겹 걸치고
라면박스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더러워,라고 지나가고
어떤 이는 무서워,라며 종종걸음으로
지나칠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 모습이
오래오래 남아 이 차가운 밤에
그가 혹시 얼어죽지나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기 전에
무언가를 나눌 수도 있겠지요.

누구든,
아름답고 즐거운 것을 보고싶기는 하겠지만
자신의 눈에 아름답고
쾌한 것만을 찾고 찾는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
눈을 통하여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것처럼 여기는 것.
그것은 비록 무력한 행위일 수 있지만
거기에서 참다운 변화는
시작된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됩니다.

눈의 본질은 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말.
2004년 발견한 말 중에
가장 멋진 말이었습니다.





2005.1.28
2005/01/28 00:00 2005/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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