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많은 아이인데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점점 질문이 줄어듭니다.

어쩌면 질문이란게
인생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벌써 알아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질문이란
대체로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취급을 받거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암튼, 아이는 가끔 내게 질문을 합니다.
얼마 전의 질문은 이러했습니다.

"노아의 홍수 때
노아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죽었는데
지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이 문제라면,
성경의 기록을 '사실'로 가르치는
분들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말야, 사촌끼리도 결혼을 해서
애들을 낳았거든,
노아의 아들들이 자식을 낳고
그들이 결혼해서
이렇게 많아진거야..."라고
'정답'을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만약 아이가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면
곤란해질 것입니다.

"아벨을 죽인 카인이
사람들이 자기를 죽일까봐 걱정하면서
하나님께 부탁을 하잖아.
그런데 어떻게
아담과 이브 카인 이외의 사람들이
세상에 있을 수 있어?
하나님이 만든 최초의
사람들인데 말야..."

이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을 해줄까요?
교회의 선생님들은 아마도
곤란해 할 것입니다.
일점 일획도 틀림 없는 '사실'로서의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오래고 오랜 교회학교의
방침이니까요.

그날 밤 나는 아이에게
전설이라고 하는 것이 뭔지
대충 말해주었습니다.
사실과 꼭 같지는 않지만
사실 이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도 있다는 걸.

아이가 알아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틀려먹은 일이라도
묵묵히 질문 없이 할 때에는
착하고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장 기초적인 질문을 했을 때,
버릇없고 까다로운 놈으로
취급을 받게 된 경험들이 있습니다.

사실, 세상은
가장 기초적인 질문에
친절히 답을 해줄만큼
너그럽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윗사람들은
그런 질문에 답을 해줄만큼
잘 알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도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지요.


*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벌써 질문을 포기하는 것을
편안한 생존의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
검사를 받기 위해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 중 가장 나쁜 것이
아마도 일기 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빠에게 질문을 하면
답을 해주는 편이니까
그래도 가끔 질문을 하는데,
아빠의 답을 듣고 그것을 기초해서
생각을 전개한다면
세상과 부딪힐지도 모르는 일이죠.

*

아이가 성경을 읽고 배우면서
그것을 '사실'로 믿으며 자라기 보다
'진실'로 받아들이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속에서
질문과 의문을 포기하지 않고 자라나길
기도합니다.

최소한, 자신의 질문을 하는 이라야
자신의 답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요.


*




돌을 지나고 봄이 되었을 때의 사진,
스스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신기했던 아이는
한쪽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자꾸 뒤를 돌아보곤 했습니다.
1999년, 그때의 강변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소년이 되어버렸습니다.





*
머리가 닭 벼슬같은 위의 사진은
감은 머리를 안말리고 잔 다음 날 아침,
책을 보는 옆모습




black bird / beatles

2006/05/29 00:00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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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영미 2009/05/20 15: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픈 아이디로 글을 쓰기 원했으나...거부당했어요. 왜왜왜? 라고 했으나...실패했다는 매정한 글상자만이....
    다음에 싸이트님의 기분이 좋을 때, 다시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림일기부터 순서대로 보려다가 여기저기 한 번씩 눌렀는데 어제부터 듣고 싶어 하던 노래가 나와서 행복해지는 바람에....글을...쓴다는...^^;;
    안치영군이 아주 예뻐요. 저런 눈....아주아주 좋아해서요.
    질문이 줄어들어 약간 서글프더라도, 저러한 질문을 할 수 있는(혹은 있었던) 아이인 것만으로도 멋진 걸요.

    • 마분지 2009/05/25 02:29  address  modify / delete

      오픈 아이디가 잘 안되나 봅니다.
      다른 분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한 번, 원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blackbird는 참 좋지요~^^

  2. 김나현 2010/12/03 20: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들도 귀엽고 진짜 닭벼슬 처럼 ^^ 허걱!!!!!! 그거 뻐드면 잘 안내려 지는데..........^3^

  3. 썩소★모션 2010/12/03 20: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맨위에 아인 자다일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진짜 뻐더있네염... 꼭 우리 병아리를 닮았네여 ㅋㅋ 저도 이글읽고 나이들어도 질문많이할려고 합니다... ㅋㅋ ㅎㅎ 됄까요??? 어떻게 해야 질문을 많이할수있는것을 찾을수있응까염?? 앞에 부분만읽어서 넘 길어서 ㅋㅋㅎㅎ 답변 부탁드려도될까염?????/ ㅎㅎ..... ^^★

  4. 마분지 2010/12/05 23: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김나현님, 썩소★모션님, 반갑습니다.
    머리 감고 말리지 않은채 잠이 들었더니,,ㅎㅎ
    이제 자라서 중학생이 되어서
    거의 소년이 되었습니다.
    아기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정말 작은 동물들과 닮았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 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계속 질문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계속 아이같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건데
    잘 안되는 것 같네요...ㅠㅠ
    암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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