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연지 3년이 지났다.

Ark라는 회사 이름은
'노아의 방주'할 때의 '방주(Ark)'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리고 image alive라고 덧붙여 썼다.
살아있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전하자는,
아주 그럴듯한 뜻을 지니고 있었다.

사무실을 열면서 나는
스스로를 노아(Noah)라는 선장쯤으로
생각을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의 기대는 어그러졌고
많은 순간 힘들었다.
나아가기 보다 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노아의 경우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세상의 눈으로 보자면,
그는 미친 노인네였을 것이다.
산꼭대기에서 120년간
배를 만드는 사람.

예수는 노아의 때를 이렇게 말했다.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고 있으면서..."
자신의 유익 이외에는 살피지 않는 세상에서
신의 음성을 듣고 어리석은 짓을 한 노아.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내가 노아라기보다는
노아가 만든 방주에 오르게 된
한 마리의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을 열고 지낸 3년 간,
나는 내 경력의 많은 것을 까먹었고
많은 것들과 스스로 차단했으며
고달픈 시간을 지냈다.
내가 몸을 담아왔던 업계의 상황도
좋지 않아서 벌이가 시원찮았고
거기다가 내 스스로도 계획하던
영상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방의 물과 같은 것이
나를 세상과 차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러한 상황이야말로
오히려 축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히고 차단된 사무실에서의 날들이
많은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많은 것들이 내 곁에서 떠나갔다.
그러나 내일을 모를 어둠 속에서
겨우겨우 숨 쉬며 살아온 시간이야 말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결국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더욱 더 세밀하게 알려준
은총의 시간이었다.

*

힘든 시간들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 외에는
바라볼 것 없던 상황이
오히려 축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지고 막혀있던
그 시간들에 감사한다.

가까스로 호흡하듯 만들어온
그림일기들을 가끔 다시 들여다 본다.
짧고 별 것 없는 것들이지만
이것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이제 비 그친 아라랏 산에서
내려온 것일까?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도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부재 속에서
더 중요한 것으로 나를 채운
그 은총에 감사한다.






gnossienne 2 / erik satie                    

그림과 음악을 재활용했다
2006/10/29 00:00 2006/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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