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얼굴

from 이야기 2006/11/29 00:00

일본에 있던 일요일날.
한국인 교회에 갔습니다.

한인들이 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였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일본어 예배가 있었고
또 한국어 예배도
일본어로 통역이 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참석했던 한국어 예배 시간에
몇몇의 일본인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키작고 웅크린 몸집에 짧은 머리.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그는 왁짜하게 떠드는 한인들 사이에서
가득 웅크린 자세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수저를 든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과연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일본인이면서도
낯선 한국인이 가득한 한인교회에 나와서
끼니를 해결하는 그를 보며
참으로 말할 수 없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
그속까지 찾아온 갈 곳없는 일본인.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그 모습이 자꾸 떠올라
수첩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난한 자, 슬픈 자,
외로운 자, 버려진 자들의 신에게 드리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주여, 지금 이땅에
집짓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소서.







2006.11.29
2006/11/29 00:00 200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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