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되면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다.
아버지 때부터의, 말하자면 내력이다.

아이와 함께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당시의 소금만 들어간 수제비와 비할 바 없는,
우리밀로 반죽하고 바지락과 감자를 넣어 만든,
'웰빙'을 붙여도 좋을 수제비이지만...
심지어 아주 맛있기까지 하다.

암튼, 실향민 아버지를 기념하며 수제비를 먹었다.







*

촬영: gs-400
음악: kemp's jig/ 작자 미상
2007/06/24 00:00 2007/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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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smine  2009/07/17 16: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이게 원본이군요~~ 전통의 수제비 먹는 날~~^^ 무심히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에서 뭔가 의미있는 불꽃을 잠깐 본다고나 할까...마치 짙은 어둠 속에서 몇 초간 성냥불을 켜는 것처럼요. 그림일기 하나하나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 마분지 2009/07/19 12:11  address  modify / delete

      무심한 시간 속의 불꽃,
      멋진 표현입니다.
      카메라란 참 한정적인 것만을
      담을 수 밖에 없고
      또 편집이라는 좀 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어서
      글로 쓰는 일기와 달리
      더디고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암튼, 그 한계를 누리면서...

  2. 다케쿠니 2011/07/26 21: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상을 잘 봤습니다.
    "수제비"는 일본에서도 같은 것이있고 "수이톤"라고 합니다.
    주로 전쟁 말기,패전직후 식량이 부족되었서 밥( 쌀) 대신
    수이통을 만들어 먹었다고 어른으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평화 학습"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수이통을 만들며
    "전쟁"에 관하여 학습하는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평화학습이 성합니다만 전쟁 피해자이었던 측면만이 강조되고
    반대로 "가해자"이기도 있던 것을 분명히 가르치기가
    부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수이통을 먹고 있었을 때
    주변국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있었는지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수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의 패전,
    한국의 해방,
    올해도 815가 다가와 있네요.

    • 마분지 2011/07/27 00:34  address  modify / delete

      일본에도 같은 것이 있었군요!

      한국의 수제비는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음식 같은데
      특히, 6.25 직후에 원조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미국 밀가루로 많은 이들이 먹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6.25에 '수제비 먹기 운동'을 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도 있더군요.
      미국을 구원자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월남 기독교인들의 마음 속에는
      미국에서 '무상'으로 들어왔던 밀가루라는 것이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나와서
      광야를 떠돌 때 먹었던,
      신이 내렸다는 '만나'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물론 먹을 것 없던 어려운 시절에
      밀가루에 의해 많은 이들이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또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 '무상'의 이면에는
      미국의 곡물 메이저와 미국의 이익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말이죠.
      그 무상 원조 미국산 밀가루 때문에
      한국의 농업의 기반은 약해졌고
      한국은 물론 일본의 경우도
      음식문화의 커다란 부분이
      미국 곡물회사의 시장에 편입되었겠죠.

      교류하고 하는 것에
      비정한 측면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자본을 중심으로 한 교류가
      가장 큰 흐름을 이루는 이 세상에서
      한 그릇의 음식, 한 잔의 커피,
      하나의 과일 속에 있는 잔혹한 역사를
      새삼 새기는 요즘입니다.

      '평화'라는 단어을 생각하니,
      전에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에 대한
      비판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대중의 관점을 흐리기 위해
      '이라크 전쟁'이라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의도적으로 명명한 사실도
      떠오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왜곡하는 일 없이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로 충분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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