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해

from 나날 2009/01/12 00:00
 

새 해가 되었다고
지난 해와 다른 해가 뜨는 건 아니겠지.
하늘은 지난 해의 하늘처럼 뿌옇고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소망하는 것들은 여전히 멀고...

암튼 새해가 되었으니
아이가 만든 해돋이를 올려보았다.
거창한 계획도, 별다른 각오도 없지만
그간 가져온 생각들이
조금씩 싹으로 돋아나길 바란다.


*

지난 해 하반기를 보내면서
잠시 내가 잊었던 것이 있었다.
걸어가던 걸음이 조금 흐트러졌고
느려진 걸음으로
잠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많은 유령들이 보였다.
전에 두고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리를 끌며 팔을 들고
나을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은 갖추어져있고
더 이상의 것들은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잊은 순간이었고,
그 순간은 내가 보는 그것들이 유령인지,
아니면 내가 유령인지 모를 심정이었다.
공포스러운 몇 달이었다.
많은 것이 무서웠다.
내가 알아왔던 이들이 무서웠고
내 마음 속에 잊고 있던 어떤 것들이
불쑥 일어나서 설치는 것이
무서웠다.

연말이 되어
가까스로 쉴 수 있었고
조금 잠잠해질 수 있었다.


*

암튼 새 해가 되었다.
카메라가 고쳐졌으니
다큐를 위해 나머지 인터뷰를 하고
편집을 마쳐야겠다.
스케줄표를 만들어야겠다.




2009.1.12
2009/01/12 00:00 2009/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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