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 印象

from 사진, 이미지 2004/10/05 00:00
파나소닉 gs400을 마련하면서
스틸을 조금 크게, 또 3ccd의 색감으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가을의 빛들을 보여주는 사진 몇몇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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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건물의 뒷면. 볕이 잘 들지 않던 곳에 늦은 오후의 햇살이 찾아들었다.
그래도 저 벽의 창문들은 좀체 열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등을 지나가는 햇빛, 내가 잠든 사이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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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건물 유리창에 떨어진 햇살이 되비쳐 벽면에 무늬를 그리고 있다.
가을 햇살이 건물 벽에다 거울 비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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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건물 간판의 그림자를 안고 있는 벽면, 이 그림은 3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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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보기 드문 공터, 그 위를 햇살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선과 공터의 흰선이 시시각각 다른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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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무단횡단. 표지판을 지고 있는 전신주의 그림자가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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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풍경들, 거기에 햇살이 지나가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빛나는 벽면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싸해진다. 왜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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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직선도 완전한 곡선도 없다고 벽돌벽 모퉁에 떨어진 가을 빛은 가르쳐 준다.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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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직은 푸르다, 얼마간 더 그럴 것이다. 그동안 햇살과 조금 더 놀고 싶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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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대신, 민들레 씨가 달려있던 대궁으로 V를 만들었다.
가을 햇살 속에서 아이는 무표정 하다. 다 커버린 듯한 얼굴을 보인다.
표정이 왜 그래,하고 물으면, 태양 때문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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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의 가로등, 밤에도 켜진 걸 본적이 없다.
가로등이 심심할 것 같아 한 장.
어쩌면 하늘이 심심할 것 같아 걸쳤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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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이란 놀랍다. 가리고 배제하는 테두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적절한 한계를 정해주기도 한다.
한계, 프레임, 테두리가 없는 아름다움은 사실 우리를 질식하게 한다.
그리고 창은, 이처럼 빛을 들여다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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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머리에 석양을 이고 있는 가을의 플라타너스.
저 황금빛이 점점 여위어가고, 사라지고, 곧 밤이 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진다.


*



벽, 유리문, 화장실문, 선과 면으로 가려지고 포개어진 장면.
그리고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온몸으로 햇살을 받는 것을 도시는 좀처럼 허락치 않는다.
괴테는 죽으면서 '더 많은 햇볕을...'이라고 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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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잎을 투과한 빛, 초록빛.
빛은 가장 큰 힘이면서도 스스로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벽면에 닿으면 그 벽의 질감이 되고,
플라타너스의 잎을 지나치면 초록빛이 된다. 빛이 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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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진 유리창이 만든 옅은 그림자와 창틀.
투명하다,라고 생각하는 유리창도 그림자를 만든다.
물론 먼지가 끼어 더 그렇겠지만.
완벽한 투명성은 없다, 그렇다고 안보이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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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으로 걸어들어간 이름 모를 그녀의 발이 공중에 뜬 것 같다.
해를 향하여 고개를 들고 유영하듯 날아오르는 순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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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의 보름달은 찍지를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 나온 반달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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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의 가로수들. 햇살과 그림자, 이파리의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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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게 가라앉은 오른편의 건물, 한쪽이 밝게 빛나는 건물.
둘이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푸른 하늘은 둘의 갈등에 뒷짐을 지고 멀뚱히 딴짓을 하고 있는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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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보여주는 사무실 창의 먼지.
비록 먼지 낀 창일지라도 창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



행복이란 문틈으로 잠시 지나가는 햇살 같은 게 아닐까,라고
대학시절 친구가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그말을 동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들어온 햇살이
잠시나마 기쁨을 주는 건 사실.







promenade sentimentale/v.cosma

2004/10/05 00:00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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