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옛 사진

from 나날 2008/12/05 00:00



백일이나 되었을까...
볼에 살이 많다 보니 부정형의 얼굴이었다.
또 머리는 크고 몸은 가는 롤리팝 체형에
키는 네 뼘이나 되었을까?

손싸개를 하고
꼼찌락거리는 발을 하고는
위에서 사진을 찍는 아빠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예쁜 애들이 많은 세상에서
별 이쁠 것 없는 아이였지만
조금 커서는 정말 이쁜 웃음을 가진
아이가 되었다.

*



2002년,
놀이터에서 찍은 비디오.

아이는 말도 늦고 몸도 늦었지만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자주 깔깔거렸고
아빠를 향해 너무도 잘 웃어주었다.
백만불 이상의 웃음이었다.

초등학고 5학년이 된 지금은
그 웃음도 많이 줄었고
이빨도 삐딱하게 나서
스스로 이상한 표정을 짓곤 하지만...

*

가끔 일을 하다가도
아이의 저 눈길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두 잠든 밤,
가끔은 저 사진을 들여다 본다.
말도 못하던 때의 사진이지만,
저 눈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말을
내게 건네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눈길을
내게 보내는 것이다.

*

쓸쓸하던 오늘 새벽
다시 저 사진을 다시 보면서,
그래도 이 세상에
나를 희망으로 아는 존재가
하나는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얼마나 오래 지속 될까.

일주일만 있으면 아이는
만 열한 살이 된다.








2008.12.5
2008/12/05 00:00 2008/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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