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것들 4 - 비

from 사진, 이미지 2009/04/29 12:30

네번째 주제는 '비'

하루하루 사진을 찍다보니 당연히 비도 많다.
그림일기에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비는 때로는 발을 묶기도 하지만
마음을 쉬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표정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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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어느 사무실 창에 맺힌 빗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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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CM프로덕션 옆 빌딩 옥상에서 비맞고 있는 맥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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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린 비, 우산이 없어 가죽점퍼를 뒤집어 쓰고 걷는 빠른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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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다 가릴듯, 억수같이 퍼붓던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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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이 내린 날 저녁 사람들의 걸음과 자동차 바퀴 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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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을 걷는 두 그림자. 눈이 내려서 주변을 밝히지 않았다면
133만 화소의 trv30으론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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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날 아침, 사무실 근처의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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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밤 비. 장사를 마치 포장 마차 안에서 비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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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으로 찍은 전기줄에 매달린 빗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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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방울 맺힌 택시 창으로 찍은 플라타너스. 빗방울이 마름모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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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웃으로 찍은 비. 비마저 포커스 아웃이 되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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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 버스 창으로 본 거리. 서울고와 코엑스 사이의 신호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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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상가 벽의 모퉁이. 튿어진 홈통으로 새는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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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으로 바라본 비오는 밤의 골목길. 카메라가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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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보도 블럭. 비바람에 철보다 이르게 낙엽이 된 플라타너스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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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머니집 창에 맺힌 빗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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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택시의 창에 흐르는 빗줄기, 맺힌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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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출근 길, 영동대교를 건너며 한 장. 청담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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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보도블럭에 떨어진 이파리들,
무슨 음표같았다.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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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건너편 철제 벽면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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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후, 보도 블럭과 아스팔트 사이에 고인 빗물.
그리고 거기에 비친 나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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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그치면 갑작스레 부산스런 거리의 소음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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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찾아간 아이의 학교, 정글 밑에 빗방울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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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 떨어지는 빗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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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블럭에 고인 빗물과 거기에 거꾸로 비친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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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비를 좋아하지만
나 역시 비를 좋아한다.
이름의 끝자가 '비(雨)'이기도 하고.

많은 비가 내리면 노아(noah)라는
성경의 인물이 생각났다.
산 꼭대기에서 배를 만들던,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미치광이 같은 노인네.

사무실을 열면서 이름을 ark(방주)라고 지었다.
이미지를 다루는 일을 오래하면서
살아있는 이미지를 다루지는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에 값하는 일을 하지 못했고,
나의 개인적인 작업도 지지부진했다.
 
사람들이 비를 좋아하는 까닭은
적당히 감상적인 분위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지만,
지금의, 어딘지 그릇된 모습들이
터져나오는 큰 물에 의해 깨끗이 씻겨가고
삶의 자리가 새로워 지기를 원하는
깊은 바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이 물에 씻긴 후,
다시 자라난 올리브 이파리를 만졌을 때
노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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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trv-30, gs-400, hv30
        2003년~2009년
2009/04/29 12:30 2009/04/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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