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 째 ' 하늘과 바다'

직장을 그만두고 돌아다니다 보니
사무실에 처박혀 있던 때보다
하늘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스케줄이 자유로워지다 보니
고향 바다에 가는 일도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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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에 갔다가 올려다 본 하늘, 비행기가 하늘에 선을 긋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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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의 서북쪽, 자갈치 시장이 있는 남항의 건너편.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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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지나며 전기줄을 건드리면 어떤 소리가 날까. 드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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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쯤. 안개속의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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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동삼 중리의 바다. 날이 저물고 갑자기 배의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이런 갑작스런 순간,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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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던 즈음, 실내로 들어오고 싶어 방충망에 앉은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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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쪽에서 영도 방향으로 바라본 영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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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품질이 갑자기 좋아졌다. 3ccd인 gs400으로 찍으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가을 하늘과 철 모르고 나온 민들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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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청학동의 비탈길의 집. 흐려서 보이질 않지만 그 너머로는 부산항이다.
지금쯤 재개발로 저 집들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저 동네에 살던 아이들 얼굴이 아직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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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기대(二妓臺) 부근의 바닷가, 엉뚱하게 책상이 놓여있다.
파도소리를 선생 삼아 공부 한다면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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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부근에 있는 집. 한 쪽 유리창이 깨어졌다. 바다 한 쪽도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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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 중리. 이곳의 배들은 닻을 내리고 쉬고 있기 때문에
바람이나 조수의 흐름 때문에 다들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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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 중리. 아파트들이 생겨서 이런 파격적인 레이아웃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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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리개, 셔터 스피드까지 조절되는 gs400. 낮에 나온 반달의 곰보자국도 찍을 수 있었다.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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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위해 영도다리 부근을 촬영했는데, 다리 근처에 저렇게 빈 맥주병이 놓여있었다.
파도소리, 소음, 갈매기 소리를 안주삼아 시원한 바람 쐬면서 마시는 맥주. 흠...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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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부근의 어떤 사무실에 들렀다 나오는 길의 저녁하늘
비행기가 선을 긋고 높은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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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그저 파란게 아니었다. 여러 층의 색들이 모여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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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낮게 내려온 날. 코엑스 빌딩의 머리가 하늘 속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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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살짝 낀 보름 언저리, 흐린 달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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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찍은 초승달. 빨갛다. 달도 위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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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의 파도. 남들 다 찍는 광안대교는 안찍고 이런 물결만 찍는 이상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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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집에 들어가다가 만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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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더 멋지게 찍을 수 없다. 어쨌건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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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하늘.
왜 사람들이 터너의 그림을 좋아하는지
gs400을 쓰면서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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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후, 색색의 구름이 흘러가던 어느 토요일 오후, 농담을 달리해서 층층이 붓질을 해놓은듯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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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갔을 때 분쿄쿠(文京區) 유시마(湯島)의 호텔 옥상에서 찍은 하늘.
겨울인데도 도쿄의 하늘은 파랗고 깨끗했다. 부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늘이 낮다고 느껴졌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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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한 카메라를 받아나오며 테스트 샷.
하늘을 달리는 자전거가 있고 하늘에 전용도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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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동삼동 중리의 바닷가. 배들이 한 방향으로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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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자갈밭의 돌멩이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돌,돌,돌 소리를 낸다.










몇 해 전 쯤. '크다'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 적이 있었다.
크다. 하루에도 여러 번 쓰는 단어의
참뜻이 무엇일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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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것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사람은 숨이 막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늘도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스스로를 열어 보일 뿐이다.
그래서 보이는 만큼 보자고 생각을 하지만,
가끔 사람은 그 너머를 보고싶기도 한 것이다.
그 너머를 보는 길은 무엇일까.
이미지에 발을 딛고,
동시에 이미지를  버리면서
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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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몰아치면 성난 소리를 내지만
바다는 거의 똑같은 음조의 노래를 부른다.
바다가 생겼던 그 때부터 바뀌지 않은 레퍼토리.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 이유는
어쩌면 그 변하지 않는, 단조로운 소리를
들으러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픈 마음 안고 찾아가도 위로는 커녕,
그랬니, 그랬니...할 뿐인 바다.
또한 어쩌면, 그게 제일 큰 위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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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은 가끔 표정만 바꿀 뿐,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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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trv30, gs400, powershot A95
        2003년~2009년
2009/04/30 12:00 2009/04/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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