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from 나날 2006/05/18 00:00
 

2006년 5월 18일 새벽.
사무실 창을 연다.

여느 때처럼
취객들의 소리,
자동차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 소리,
오락실 소리,
간판의 불빛들,
술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걸음...

언제부턴가 5월은
18일이 되어야 온다.

1980년 5월도 요즘처럼 날씨가 좋았다.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그때.
어린 나는 부산 시청앞에 장갑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고
대학 다니던 교회 형들이 조심스레,
전과 다른 눈빛으로 이야길 주고 받는걸 보았다.
그때를 감싸던 이상한 공기와
교회 창으로 비껴들어오던 햇빛이
생생하다.

몇 해 전부터
망월동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른 이의 죽음 앞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영정의 무심한 시선이
내 비겁함을 들여다 볼 것 같아
아직 두려운 것이다.
죽음을 치러낸 이들의 시선을
부끄럽게 살아가는 이가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는 상처에서 부활한다" 라고
어린 나는 썼다.
그말은 과연 옳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말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걸까.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에
아직 제대로 답을 못한다.

잘 살아아겠다고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부끄러움 투성이지만
그래도.












진달래 타이머 / 미선이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저 밑으로
우리나라 떨어지네
세상은 아직도
자꾸 미쳐가네
떨어지네
우릴 조여오네
그들은

이땅에 봄이 오네
겨울을 밀어내고
다른 세상이 피네
진달래처럼
진달래처럼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꿈을 꾸네
눈물없는 이 세상을
하지만 언젠가
나는 노래하네
눈물없는
진달래 피는
봄에
2006/05/18 00:00 2006/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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