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를 보는 시간

from 나날 2008/08/04 00:00
 

내게 가장 편안한 시간은
혼자 있는 휴일, 캔 맥주를 마시면서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의 영화를
보는 시간이다.

토요일,
'아버지가 있었다"를 보았다.
다른 유명한 작품들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좋았다.

고정된 화면 속을
오락가락하는 사람들과
별 것 없어 보이는 사건들
그리고, 거리나 하늘 들을 보여주는
무심한 인서트들.
그것을 보면 어느새 무언가가
속으로 스며든다.

이제는
모든 DVD를 여러 번 보았고
또 새로운 DVD도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오즈를 보는 시간은
여전히 최고의 시간일 것이다.

뭐, 혼자 있는 휴일이란 것도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

다시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

토,일요일에
많은 영화를 보았다.
히치콕의 '사보타쥬' '살인'
왕가위의 '아비정전'
보스니아 감독의 '그르바비차"
정창화의 '노다지'...

롯셀리니 '무방비 도시'는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

브레송의 영화들도 보고 싶은데
그나마 있던 DVD도 절판이 되어
구할 수 없다.
조만간 회고전이 열린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고...
일본에는 DVD가 있을까?

*

보지 못한 영화들도
좀 찾아보고 싶다.
어떻게 구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은 극장에서,
최소한  DVD를 TV로, 라는
고집도 없어졌다.
파일이라도 있다면
컴에서라도 보고 싶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오프닝
 
오즈의 마지막 영화 '꽁치의 맛' 오프닝이다.
이 음악을 들으면 이상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사는 건 외롭고, 괴롭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거야,라고
위로하는 말을 듣는 기분 같은 것.
혹은, 나쁜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서
아, 이건 꿈이었어 이젠 괜찮아,라고 느끼는
순간의 기분 같은 것.
2008/08/04 00:00 2008/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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