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from 나날 2008/06/27 00:00


실수였다.
동문회 동창회 등등을
아예 신경 끄고 살아왔던 내가
어쩌다가 "교우명부"라고 되어있는
동문주소록을 사게 된 것.
후배라고 자기를 밝히는 이가
워낙 강청하여
하나 보네세요,했던 거였다.

이미, 이건희씨가
철학박사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한 이후로는
내 대학 졸업장이란 없는 거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
잠시 마음이 약해져서 사게 되었고
내 사무실의 전화번호도
얹게 되었던 것이다.

암튼, 그 교우명부를 보니 놀라웠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추진 위원회란게 있었고,
그것의 장이 또 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장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뭐,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직접 보게 되니 더 마음이 착찹해지고
심지어는 나는 왜 이렇게
세상을 바보같이 사는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지경에 이른다.

다녔던 대학이
졸업장 팔아먹기를 하고 있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고,
또 동문회 동창회란 것들이
좋은 말로 하자면 상부상조 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짐작했지만
막상 그런 꼴을 확인하는 일은
참 답답한 일었다.

하지만 결국은,
나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구입한 것은
나였으니까.

그런데 가끔
그 교우회란 곳에서
팩스나 전화가 온다.
광고를 내 달라,
뭣뭣 하는데 참여해라...
이것도 참 피곤하고
짜증하는 일이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

대학.
두 개의 학사과정을 지냈던 곳,
지금 그곳이 내게 중요한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만나더라도
좋은 것을 나눈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어서 일 것이다.

가끔, 참 쓸쓸하다.
워낙도 많은 이들을
만나지 않고 살았지만
살아 갈수록
주변이 고요해진다.

2008/06/27 00:00 200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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