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ast minute - leos carax

from 남의 것 2009/07/06 16:25



                                                                 my last minuet- leos carax 

카락스는 짧은 영화도 참 잘 만든다.
애연가의 심정을 이렇게 짧은 영화에
이렇게 절절히 담아내다니.

*

담배를 처음 핀 것은
만 20세가 되기 얼마 전이었다.
학교의 강당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담배 3개피를 연속으로 피웠다.
그런데 남들처럼 콜록거리지도 않았고
머리가 띵하지도 않았다.
고개를 드니 마른 가지 사이로 잔별들이 보였고
일어나서 계단을 오르자
다리가 약간 휘청 했다.

고등학교 때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주초고사(週初考査)라는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나는 일요일에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모두들 학교에 나와서 공부해야했던
고3의 일요일에도 학교에 간 적이 없다.

어려서 부터 일요일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는 날이어서
단 한 번도 시험공부를 한 적이 없고,
눈깔 사탕 하나 사먹은 적 없고,
아무리 먼 거리도 걸어서 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교회 행사를 다녀왔는데
족히 5km 정도는 될 거리를 걸어서 왕복했다.

부모님이 그러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그러하니
그런 교회 윤리를 당연한 따르고 살았지만  
어린 나에게 행동을 중요시하는 교리는
너무도 억압적이었던 것 같다.
설교 때 가끔 듣던 하나님의 이미지도 숨막혔다.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기억하며 심판을 준비하는
전지전능한 감시자로서의 신.
조금씩 자라면서 그러한 규율들은
나를 거의 질식 상태로 몰고갔던 것 같다.

금주와 금연은 교인에게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무살 무렵의 나는,
금주와 금연으로 시작되는
외면적 행동 중심의 윤리들에서 벗어나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흡연을 감행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때까지 마음을 짓누르던 수 많은 억압들은
지금 내게서 거의 사라졌지만
흡연의 습관은 아직 남았다.

어린 날의 교회를 돌아보면
아픔이 느껴진다.
물론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신사에 절을 하지 않는다고
50명이 고문을 받고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이 교회를 세웠다.
목숨을 걸고 지켰던 믿음이
지금의 눈으로 보면
많은 한계를 지닌 것일지 모르겠지만
아무 것도 의지할 것 없이
성경책만을 의지하여
죽음을 넘나들었던 이들을 생각하면
어린 내게 그토록 팍팍하던 것들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에 대해서 결벽적인 내 취향도
어느 정도는 거기서
연유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모습들 보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지푸리게하는
보수적인 기성 교단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

미니멀한 영화들을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까락스의 짧은 영화를 보니 다시 그 생각이 난다.
근데, 요즘 내 상태를 돌아보면
미니멀이고 뭐고, 과연 픽션이란 걸 만들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2009/07/06 16:25 2009/07/06 16:25
Tag // ,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