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나날 2009/07/09 14:13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후련하게 내린다.

바지가 다 젖고 가방이 다 젖어도
기분이 좋다.

버스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어느 빌딩 입구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늦은 장마의 시작이다.


*



2003년 8월 홍대 부근에서
대단한 비를 만났을 때의 일기이다.
산꼭대기에서 배를 만들었던
한 노인이 생각 났다.

멸 개월 전,
수메르 문명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황당하고도 재미있었다.
그 중에는 대홍수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전지구적인 설화로 남아있는 대홍수는
남극의 얼음들과
그 아래 대륙의 붙어있는 부분이 약화되면서
얼음들이 풍덩하고 바다에 빠지면서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성경에도 보면,
아래의 물의 문들이 열렸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큰 비가 먼저가 내린 것이 아니라
남방에서 올라온 큰 물이
북쪽의 땅을 덮치기 시작하며
홍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암튼,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성경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 속에 깊이 남은 것은
대 홍수의 이야기였다.
사무실을 열면서 이름도
ark로 지었다.

그 이후의 시간들을
나는 과연 제대로 살았을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허비한 시간도 많고, 비틀거린 시간도 많다.
반성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걸어온 방향이
그렇게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마음만큼 어떤 가시적인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차 드러날 것이다.

빗속에서
다시 내 처음을 생각한다.
2009/07/09 14:13 2009/07/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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