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지 않아 쉬었던 금요일,
비가 조금 내렸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층층의 구름들이 몰려왔다가 사라졌다.
황혼과 구름의 경계를 찍었더니 이런 그림이 되었다.
로드코(Rothko)가 생각났다.

이상하게도 먹먹한, 많은 말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려다 그만,
어떤 감정의 상태에서 머물고 있는 듯한 그림.

나야 인터넷에 떠도는 작은 사진만으로 보았는데
직접 본 이들의 말에 의하면 로드코의 그림은 아주 크다고 한다.
정말 그 큰 그림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여전히 궁금하다.


*

말이 나온 김에 로드코의 그림을 몇 개 링크한다.

 







좋다, 정말 좋다.
직접 보게 된다면 아마
눈물이 날 것 같다.




*

얼마 전 어떤 모임에 가서
오래 전에 함께 일했던 CF감독에 관한 이야길 들었다.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좋은 그림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함께 회의를 하고 무언가를 정리하는데는 그리 쉽지 않았지만,
좋지 않는 조건들 속에서도 함께 만든 결과물들은 괜찮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까지는 한국 CF에서 금기시되던 표현을 써보았던,
나로서는 기억할만한 광고도 함께 했다.

대체로 나는 누군가와 일을 하게 되면
파트너의 개인적인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속했던 곳은 워낙 말이 많은 동네여서
이사람 저사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고
또 듣고싶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별로 기억에 남긴 것들이 없었다.
다만 일을 하면서 자연히 드러나게 되는 그 사람의 느낌이 내게 남는다.
그리고 그 느낌은 그의 사람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하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뛰어나진 않지만
좋은 이미지를 만들줄 아는 감독이었다.

그가 대리운전을 한다는 말을 나왔을 때,
사람들은 안스러운 마음인 듯한 기색을 잠시 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상쾌함을 느꼈다.
그로서는 이것저것 다 막힌 어렵고 답답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일 수 있겠지만,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심지어는 남들을 훼손시키면서 까지
자신이 지녔다고 믿는 무엇을 지키려는 이들이 많은 판에서
그의 결단 자체가 상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망가져가는 이들이 많은 시절이다.

그나저나, 상황이 더 악화되면
길도 잘 모르는 나는 대리운전도 못할텐데 어떡하나,
고민을 잠시했다.


*

쌍용자동차 노조원의 부인이 얼마 전 자살을 했다.
죽음이 문제가 되니 이놈의 정권은 약삭 빠르게 조심한다.
그리고 죽지 않을만큼 괴롭히고 있다.
하늘에선 최루액을 뿌리고
물과 먹을 것, 의약품, 의료진들을 차단한다.
결국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숨으로 장난질을 하는거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4054


2009/07/27 10:52 2009/07/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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