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산다는 것

from 나날 2009/09/09 14:36

9월이 된지 한참인데도 샌들을 신고 다닌다.
발에 침을 맞는데 편하기 때문이다.

좀 나을듯 하더니 좀체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
걷는 것은 조금 불편해도 별 무리가 없는데
전철에서 서 있는 경우 제법 심하게 아프다.
문제는 허리라고 한다.

여기저기 걸어다니는 것 좋아하고
또 걷는 것만은 잘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게 잘 안되니 한동안은 우울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차츰 이 상태가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이면들이 새롭게 보인다.
그간의 내 걸음 중 절실한 걸음은 얼마나 되었을까,
내가 원하던 것이 정말 중요한 것들이었을까...

그리고 몸의 무력감과 반대로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애써 지키던 것들도 사실은 별 가치 없는 것들이 많았고
애써 살피던 것들도 그럴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다만, 이 상태에서 남겨진 것들에 충실할 것.

김유신은 스스로 말의 목을 쳤다는데
그런 모진 성격을 가지지 못한 나를 위해
누군가 내 말의 목을 친 것 같다.


*

오랜 시간 동안 내 스스로를
좁은 틀에 가두어 놓고 살아왔던 것 같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폭을 지니고 있다.









 
 
 
 

2009/09/09 14:36 2009/09/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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