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에 두 정류장 앞에서 내린다.
코엑스 몰로 들어가서 CD를 사고 수첩을 산다.
운동을 겸해서라도 좀 걸어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제대로 낫지 않아서 한 10분 쯤 걸으면 아파오기 때문에
옛날처럼 빠른 걸음으로 오래 걷지 못하지만.
쇼핑몰의 불빛들도 보고, 이런저런 반짝이는 물건들도 보고
또 커피집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본다.

어릴 때, 오전 열 한시 무렵의 거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가게들이 문을 열고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하는 시간.
머리로 오른 햇빛에 그림자는 짧아져 있고,
좁은 골목, 물로 씻어놓은 가게 앞의 길은 빛났다.
손님들의 걸음은 아직 없어서 비어있는 거리.
시간대가 다른 거리 모습이 달라보여 좋았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시간의 거리풍경을 보는 것이
학생에게 금지된 일이기 때문에 더 좋았을 수도 있다.
어쩌다 심부름으로 학교를 나와서 보던
남포동과 국제시장의 거리와 가게들.

직장을 다닐 때, 열 한시 무렵에 출근을 많이했는데
하지만 그때의 거리는 그저 급하게 달려가야 할 길이었다.
지각도 한참 지각인 걸음이 편할리 없었다.
열 한시 무렵의 거리를 제대로 즐긴 것은
치바에 작은 고모님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의 며칠이었다.
대체로 인터뷰는 오후에 했으므로
오전에 집을 나서서 역부근까지 걸어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커피집 창가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을 구경했었다.
내가 바라는 자유란 그정도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곳에서 지금도 다음도 아닌 시간에
잠시 혼자 있을 수 있는 그런 상태.

걷기를 잘하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맥이 빠져서 사무실 책상에 붙들려 있었다.
제대로 걷지를 않아서 다리가 퇴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움직이지 못하고 고여있는 마음이
퇴화하는 거였는지도 모른다.

코엑스몰을 돌아서 빌딩들의 뒷길을 따라
사람들도 보고 가게들도 구경하는 산책, 좋았다.
재활훈련도 할 겸ㅠㅠ, 자주 걸어야 겠다.


 







 
 







2009/10/13 15:27 2009/10/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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