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4_연휴의 끝

from 그림일기 2009/10/15 16:41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 지냈던 지난 추석 연휴.
다리가 불편하다는 핑계로 아이랑 놀러 가지도 않고 잠을 많이 잤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 늦은 오후에
아이와 함께 잠시 밖으로 나가서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며
조금 촬영했다.



*


문득, 카프카의 짧은 우화가 떠올랐다.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 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저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서로를 향해 마주 달려오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구석에는 내가 달려들어가게 될
덫이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고양이가 그렇게 말하곤
쥐를 잡아 먹었다.
-카프카











*

촬영: hv30
음악: 오후만 있던 일요일/ 어떤 날

2009/10/15 16:41 2009/10/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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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smine  2009/10/20 14: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길게 늘어진 그림자 둘이 이상하게 쓸쓸하네요.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요즈음 어찌 지내시는지. 다리 아픈 건 내내 그러고 있는 것인지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저는 세상 모든 이들의 동정을 받아가면서 독립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답니다. 어린 나이였다면 그런 관심과 동정을 당연하게 받았을 지도 모르겠는데, 한 인간으로 자립을 했어도 벌써 했어야 할 나이에 이러고 있으니...뭐라고 해야 할까...워낙에도 쓸데없는 장식품 같은 인간이었지만...더더욱 그것을 확실히 느끼는 계기가 된다고나 해야 하나...^^;; 뭐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이제 책상과 의자만 사면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책상 사고 나면 놀러 오세요~^^ 건강 챙기시고 감기 조심~~

    • 마분지 2009/10/20 16:34  address  modify / delete

      긴 그림자와 비낀 볕은 아무래도
      쓸쓸한 느낌을 주나 봅니다.
      어릴 때 막 뛰어놀다가 정신을 차리고
      긴 그림자와 노란 햇볕, 그리고 몰려온 어둑함을 보게 되면
      갑자기 쓸쓸해지면서 집으로 가고 싶어졌죠.
      독립을 하셨다니,
      혼자만의 방을 가졌던 대학 2학년 때가 떠오르네요.
      창 밖으론 라일락 나무 가지가 보였고
      추운 방이었지만 볕은 잘 들어서 좋았지요.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 밤 늦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몇 년 뒤 창헌씨가 그 방에 이사을 오게 되어
      그 인연으로 알게 되었지요.
      관심과 동정이라...뭐든 이나이엔 이거...라는 식의
      고정관념이 많은 나라인지라 그런가 봅니다.
      어쨌건 독립한다는 건 쓸쓸하고 멋진 일입니다.
      또 고요한 장소를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구요...
      다음에 초대해주시면 함께 놀러가기로 하지요.
      다리는 웬만큼 괜찮아졌는데
      이전의 상태로 회복은 되지 않고 있네요.
      아무래도 큰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를 받고
      본격적인 치료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기 조심.

  2. mani 2009/12/03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지내셨어요? 연초에는 영상일기 멋있게 열심히 하겠노라 다짐했는데.. 막상 연말이 되니 제대로 하지못한날이 많았던거 같네요.. 생각만큼 호락 호락하지는않았던거 같습니다.

    연말잘 마무리 하시겠지요? 저도 회사 업무 한해 마감문제때문에 정신이 없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더 멋진 영상과 건강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 마분지 2009/12/03 16:14  address  modify / delete

      잘 지내셨는지요...
      마니님 블로그에 가본지도 꽤되었네요...ㅠㅠ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쓸 일이 많아서
      편집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날들입니다.
      편집을 놓고 있으니 오히려
      차분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벌써 12월도 3일이네요.
      영상일기 만드시는 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바쁜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영상 만드는 날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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