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날들

from 나날 2009/10/20 15:54


며칠 찬 바람이 불었고, 아파트 단지의 이파리들이 물들어 간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니 생각의 갈래들이 다른 길을 찾는다.
사람이란 참 연약한 존재이다.

바닥을 배회한 마음은 좀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을 다질수록 세상은 엉클어져 있고, 그리던 것들은 더 아득해 보인다.  
다져온 내 생각들이 무의미해 보였고, 지니고 살기 피곤했다.
긴장을 유지하면서 무언가를 향하는 삶이란 어떻게 보면 좋은 거지만
통상적인 의미에선 불행한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떡하랴. 그런 나를, 또 깃발도 대오도 없이 걷는 이 시간을 붙들 수 밖에.
휑하니 비어버린 곳엔 그저 가을 찬바람이 지나가게 하자.

*

바빴던 한 주를 보내고 다시 촬영한 클립들을 정리한다.
클립 정리는 지겨운 일이지만 
치영이를 찍은 것들 중에 재미있는데 많아서 가끔 웃게 된다.
생각보다 다큐에 넣을 것들이 많아질 것 같다.

작업 시간이 늘어지는 것은 스스로 맥 빠지는 일인데,
그 사이 새롭게 생각되는 것들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시간과 함께, 새롭게 전진하는 내 생각들과 함께 하는 작업인 것이다.
암튼, 이번 겨울에는 완성을 해야한다.
더 늦어지면 아마 영영 끝내지 못할 것 같다.

*

버스에서 책 읽기.
처음으로 이스라엘 작가의 소설을 일고 있다.
아모스 오즈라는 사람의 '나의 미카엘'.
간결한 문장에 마음의 결들이 살아나는 스타일이다.
참 좋다.

조용한 날들, 고요한 마음
 



















how insensitve/ harry pickens trio
2009/10/20 15:54 2009/10/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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