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의 은행나무는 이파리가 다 떨어져 버렸다.
테헤란로의 플라타너스는 뭘 믿고 아직 푸른지 모르겠다만,
많은 나무들이 맨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날은 약간 풀어졌다.
*
며칠 동안, 이 노래가 머릿속에서 빙빙 돈다.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노래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고즈넉하고 평안한 기분이 된다.
도시 변두리의 비탈길에서 태어난 내가
자연이라는 것을 잠시라도 경험해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모부를 따라
경남의 물금(勿禁)이라고 하는 곳에 갔을 때였다.
기차를 타고 나무로 된 역사가 있는 역에 내려서
논과 밭을 지나면 조그만 샛강이 있었고
거기에 앉으면 건너편으로부터 새소리가 들려왔다.
따사로운 햇볕이 머물던 강가의 한나절.
하지만 그런 풍경도 사실은 사람이 만든 것 아닌가.
정돈된 샛강과 논과 밭, 그리고 좁은 길.
어떻게든 손을 대지 않고서
사람이 자연의 난폭함을 견딜 수가 있을까?
암튼, 노래 좋다.
이 노래가 좋은 것은
'하루 종일 앉아서 노래를 부른다'라는
가사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나는 늘 노래하는 아이였고,
치영이도 6학년 들어 줄어들긴 했지만
늘 흥얼거리는 아이이다.
다음에 연주회를 하게 된다면
이곡을 꼭 부르고 싶다.
*
이 노래는 옛날에 그림일기에
배경음악으로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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