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몇몇 클립

from 나날 2009/11/26 00:00


2002년 아이를 촬영한 몇몇 클립을
단순히 나열한 짧은 영상이다.

원래는 다큐를 위해 캡쳐해둔 클립들 중 골라서
그림일기를 하나 편집하려 했다.
근데, 이게 너무 양이 많기도 하고,
요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이미 초등학교도 마지막 학년,
유치원 때의 아이를 보니 새롭다.

힘들게 보낸 6학년,
한 해 동안의 답답함을 털어낼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

괴롭혔던 아이로부터
치영이는 직접 사과를 받았다.
1년간 당한 것에 비하면
사과라는 형태는 모자란 일이다.
6학년이 되고부터
웃는 표정이 거의 사라졌고,
잠을 자다가도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곤 했다.
그리고 학급 속에서
누구와도 대화하기 힘들었다.

수년간 다른 아이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혀왔으면서도
그에 대해 저지를 받은 적 없던
그릇된 모범생들과
자신의 아이 기를 살리는 일이
다른 아이들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한 자각이 없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내 속에 화가 가라앉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이건 아이의 문제였다.

문제가 많은 곳이지만
아이가 속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해결을 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가
쉽게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스스로 잘 마무리되었다는
약간의 만족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 시험도 마쳤고,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어려운 시간들을 잘 견뎠고
또 매듭을 제대로 지었다는 것은
아이에게 큰 경험일 것 같다.
그리고  세상을 좀 더 알게 되었을 것이고
조금은 내성이 생겼을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쉬운방법이 있었을테지만
차근차근 대응해온 수고가 헛되지 않아
내 마음도 좀 편해졌다.
2009/11/26 00:00 200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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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필 2009/12/01 09: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 마무리 되었군요... 다행입니다. 아이에게도 다른 어려운 일이 있을 때를 위한 배움이 되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참 옛날 생각이 나서 욱신욱신 합니다. ㅎㅎ 아무튼 영상으로나마 아이가 티없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네요.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 마분지 2009/12/01 18:22  address  modify / delete

      아이가 좀 편해진 것 같습니다.
      다시 실감한 것은 교사들이야 말로
      아이들의 문제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
      수십명의 아이를 상대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마지막 학기, 잘 마무리 하시고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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