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딩딩

from 나날 2010/02/01 15:14


겨울방학 동안 아이에게 기타를 가르친다.
아직 소리는 거칠고 코드 바꾸는게 매끄럽진 않지만
쉬운 코드들은 웬만큼 한다.
이제 공포의 F와 B7만 익히면 로우 코드들은 다 익히는 셈인데
역시 F는 어렵다.
두두득, 띡띡 거리기만 한다.

*

그동안 블루스 기타 교본을 보며 조금씩 연습했다.
소리를 크게 낼 수 없으니 사무실 내 자리 옆에서 썩어가던
일렉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지 않고 팅팅거리면서.

클래식 연습곡을 익힐 때,
새로운 음의 세계 속에 들어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만큼은 아니어도 블루스도 재미있다.
헌데 이건 혼자 연주하기에는 좀 부적당하다.
아무래도 합주를 해야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연습을 할지 모르겠지만
락(rock)의 뿌리라고 하는 블루스를
매일 조금씩 연습하기로 한다.

유난히 기타를 가까이 했던 때를 돌아보면,
내 마음이 어려웠던 때였던 것 같다.
중 3때가 그랬고, 첫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가 그랬다.
어쩌면 기타로 무언가를 연주하기보다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

홈페이지를 쉬면서 마음은 조금 고요해진 것 같다.
둘러보아 내 상황은 나아진 게 없는데
마음 바닥이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은 더 길고 깊은 고요함이 내게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다시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날이다.
2010/02/01 15:14 2010/02/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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