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from 영도 影島 2010/02/26 23:11

일에 시달리니까 고향 생각이 자주 난다.
그래서 영도(影島)를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



그러다 영도에 사시는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좋은 사진들을 발견했다.
양해를 얻고 위의 사진을 가져왔다.

그 블로그에는 웹에서 가끔 보게 되는 영도 사진과 다른 것들이 많다.
오랜 세월이 바닷가의 바위에 그려놓은 놓은 그림과
친구들과 오가며 걸었던 풀섶의 길,
세월의 때를 가득 이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하리(下里)에서 바라본 눈 높이의 바다...
아버지와 함께 놀러가던 그 바다의 느낌들이
살아있는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은 해양대학이나, 하리 선착장 있는 쯤에서 찍은 것 같다.
하늘과 수평선이 보이고, 오륙도가 있고, 거기에 컨테이너를 실은 배 한 척.
하늘은 맑은 편이고 물결이 희끗희끗 흰 머리를 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 약간 부는 날이었을 것이다.
이런 날 바닷가에서 얼마간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



하지만 내가 사진을 보며 그리는 고향은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감상 속의 것일지도 모른다.

영도에는 '조선공사'라 불렀던 커다란 조선소가 있다.
지금은 '한진중공업 부산조선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지금, 거기에서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려한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정리해고를 단행하려 하는 것이다.
필리핀 쪽으로 공장을 옮기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자르는 것이다.
콜트기타(Cort Guitar)가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직원들을 잘라낸 것처럼.

초등학교 때의 조선공사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1만 2천톤급의 '팬 코리아'라는 이름의 배를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일이어서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를 했고
어린이 잡지에도 커다란 사진과 함께 큰 기사가 실렸다.
한국의 조선업이 비약하는 계기가 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시골에서 전학 오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드물게는 기술직 간부사원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온 친구도 있었지만,
조선공사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온 아이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대부분, 어촌과 농촌을 떠나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선원인 아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렇게 외지에서 온 친구의 어머니 중에는
'깡깡이'라고 부르는 일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네같은 두 줄에 매달려 빨갛게 되어버린 선체에 가득한 녹을
망치로 두들겨서 떨어내는 일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도 그 망치질 소리가 났다.
그리고 대기 중에 그 녹의 입자는 날아다녔고
그것을 호흡하며 어린 아이들은 공부를 했다.

*

여행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여행이란 대체로 자기가 취할 것만 취하는
다소 이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향수라는 것도 이기적인 마음일지 모르겠다.
마음 속의 고향이란 사실 기억 속의 햇살과 바람, 물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다시, 수평선에 오륙도가 걸린 위의 사진을 본다.
스무살 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저 바다를 보면서 살았고,
스무살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수평선 너머의 남쪽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저 수평선을 넘나드는 바닷길은
1만년 전부터 교류가 왕성한 길이었다.
작은 배를 타고 나가서 참치를 잡고 , 심지어는 고래도 잡고,
그리고 당대의 패션 명품이던 조개 팔찌를 만들어 싣고 넘어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일본 쪽에 있는 흑요석을 가지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임진왜란 때에도 험하던 저 길,
당시의 바다를 넘나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

저 수평선을 보며 북에서 피난을 내려와
평생 고향에 가지 못하고 힘든 일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린다.
2천리나 떨어진 갈 수 없는 고향.
판문점에 있는 통일전망대 조차 갈 수 없었던
팍팍하고 바쁜 삶.

아주 오랫만에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를 듣다 보니 바닷가에 앉아
물결과 배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을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쪽 바다를 보면서 갈 수 없는 북쪽 고향을 그린던,
일에 시달리던 피곤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곤했을 아버지,
그 모습이 떠올라 나는 또 남쪽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 어깨 너머의 바다를 생각한다.





 


 





들으시려면, 클릭!
sitting on the dock of the bay/ otis redding

Sittin' in the mornin' sun
I'll be sittin' when the evenin' come
Watching the ships roll in
And then I watch 'em roll away again, yeah

I'm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Watching the tide roll away
Ooo, I'm just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Wastin' time

I left my home in Georgia
Headed for the 'Frisco bay'
Cause I've had nothing to live for
And look like nothin's gonna come my way

So I'm just gonna sit on the dock of the bay
Watching the tide roll away
Ooo, I'm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Wastin' time

Look like nothing's gonna change
Everything still remains the same
I can't do what ten people tell me to do
So I guess I'll remain the same, yes

Sittin' here resting my bones
And this loneliness won't leave me alone
It's two thousand miles I roamed
Just to make this dock my home

Now, I'm just gonna sit at the dock of the bay
Watching the tide roll away
Oooo-wee,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Wastin' time

(whistle)



2010/02/26 23:11 2010/02/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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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0/03/03 00: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기 보이는게 오륙도 인가요? 13일에부산 가는데 가볍게 드라이브 한번 하고 와야 할거같습니다.
    벌써 부산갔다온지 6개월이 다된거 같네요. 별일없으셨죠? 인사고과는 B <-- 무난한수준
    올해는 좀더 분발해서 A 받아야 겠습니다. 배우고있는 기타도 줄도 못맞췄는데 요새 줄맞추는 재미에
    기타도 만지작하고 있습니다. 웬지모를 성취감이 후~ ㅅ 올해안에 한곡 멋지게 해서 올려볼께요
    날씨가 또 오락가락 하던데 가족모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건강이 무조건 최고입니다..

    • 마분지 2010/03/03 11:30  address  modify / delete

      녜 오륙도 맞습니다.
      부산에서의 드라이브라,부럽습니다.
      진행되는 일을 마치고
      잠시라도 고향엘 다녀오려고 했는데
      일이 연기되는 바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날이 쌀쌀합니다.
      꽃샘추위인 것 같습니다.
      감기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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