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도시, 자본

from 나날 2010/03/05 15:47


일제시대, 즉 일제강점기의 생활감각이 어떠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도 뒤지고 당대의 소설을 찾아읽다가
"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라고 하는 책을 샀다.
10년 전 쯤 책이 처음 나왔을 살까말까 했었는데
이제서야 사서 읽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그 책의 한 페이지인데
1931년 발행되었던 '영화시대'라는 잡지의 표지가 사진으로 실렸다.
아래쪽에 있는 부록에 대한 소개가 재미있다.

 1. 미국영화배우 서신교환법
 2. 영화 소곡집

헐리우드 배우들에게 팬 레터를 보내는 법 소개와
영화음악을 실은 별책 부록.
이런 내용을 알고보니 1931년이라고 하는 까마득한 시절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진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친일과 항거라는
대립의 도식을 깨고 나오는 정보들.

*

이상(李箱)의 1937년 소설에
주인공이 단성사(團成社)에서 '만춘(晩春)'이란 영화를 본다는 대목이 있다.
키네마, 영화라는 것 역시 모던 라이프 스타일의 중요한 요소였다.
위로부터 계몽적인 입장에서 말하던 개화,문화 등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생활 속으로 파고들던 서양적인 사물과 그것을 향유하는 생활,
그러한 유행을 '모던(mordern)'이란 말로 표현했다.
물론 보편적인 생활양식은 아니었을테고,
압구정 오렌지 같은 유행의 끝머리에 있는 흐름이었겠지만,
당시의 유행하던 생활양식에 휴대폰과 컴퓨터 정도를 더하면
지금의 일상생활과 그 구성요소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도시적 생활의 근간은 대체로 그때 자리잡은 것이다.

다큐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하게된다.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고
친미 반공의 근원과 역사에 대해서도 읽고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고
그 당시의 일상생활의 공기를 느끼기위해 책을 읽는다.
역사 교과서와 국가주의적 입장의 정보들에서는 좀체 읽을 수 없는
실제 생활의 감각들을 먼저 아는 것이 필요하다.
다큐에는 그런 내용이 직접 들어가지 않지만.

*

전 지구적인 도시화가 '모던'을 도래시킨 힘이었다면,
그 이면의 진정한 힘은 자본화일 것이다.
초국적 자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밥벌이를 하겠다고 열심히 테헤란로를 뛰어 다니고
빽빽한 식당에서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휴대전화와 회의 시달리는 하루를 보낸 후,
저녁 술자리에서 쌓인 소리를 풀어내는 삶이란
얼마나 허깨비 같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말을 IMF 때 처음들었는데
그 말은 결국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한 없이 인간의 노동을 멸시하는 현실로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마르크스의 통찰은 전보다 설득력이 커졌지만,
자본은 이미 모든 것을 정복한 것처럼 보인다.

*

하루하루,라고 다시 생각한다.
조용히, 조금씩 걸어가기.
일단 지지부진 진행되는 일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자.














*

1930년대 스윙의 명곡, 들으시려면 클릭!

minor swing/ django reinhardt
2010/03/05 15:47 2010/03/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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