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

from 나날 2010/03/31 11:03

길고 긴 3월의 마지막 날, 비가 내린다.
자영업자에게 가혹한 월말이지만
3월이 가는 것이 후련하다.

*

틈틈이 채만식의 중,단편들을 읽고 있다.
그의 '태평천하'와 '탁류'를 읽은 것이 20년 전.
그때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의 중,단편들도 좋다.
일제시대와 해방후 6.25 전까지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그 중에 '민족의 죄인'이란 작품이 있는데
일제 말기에 친일 소설을 쓰고
아마도 친일 강연에도 참여했을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변명일 수도 있는 이 소설에서
재산에 기대거나 향리에 은거할 형편도 못되는
가난한 전업작가로서 어쩔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제에 의한 훼절을 작품으로 직접 말한 작가는
아마도 채만식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본 후,
해방 후의 사회를 직시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낙조'라고 하는 소설에는
일제의 말단 관리가 되어
동족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치부한 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해방이 되고 38 이북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아죽는데,
38선을 넘어 월남한 그 어머니는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남한의 군대가 38선을 넘어 공산당들을 쓸어버리고
자신들의 재산을 되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월남한 이들의 북에 대한 증오는
죽음의 공포에서도 비롯되겠지만
놓고온 재산의 문제도 클 것이다.
큰 고모님을 인터뷰할 때도
그 두 가지가 꼭 나온다.
몽둥이를 들고 찾아와서
두들겨 대던 사람들과
빼앗긴 그 넓은 땅과 좋은 집.

암튼, '태평천하'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

작업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길고 지리한 일이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막혀버려서 어쩔 수 없었던 상태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다.


 

2010/03/31 11:03 2010/03/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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