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 한대수

from 까꽁밴드 2010/04/30 13:02

 

'한대수 베스트 앨범'을 구했다.
찾는 앨범은 없고 베스트 앨범조차 딱 한군데,
퍼플 레코드에서 팔고 있었다.

70년대 녹음부터 2000년대의 녹음까지가 뒤섞여있다.
조금 두서 없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그리고 꼭 듣고 싶었던
'사랑인지'와 '잘가세'가 빠졌다.

알려진 옛노래야 다시 들어도 좋다.
못들었던 몇몇 노래를 들어보니 역시 좋다.
아이가 태어나서 만들게 된 '양호야! 양호야!'와
비틀즈의 'Nowhere Man'을 부른 것 등 몇 가지 있고
나머지는 이전의 앨범들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아마도 한대수씨는 심부전증인 것 같다.
사자같이 생긴 이 사람도 늙어서 심장을 앓는구나 싶다.
하지만 생긴 외모와 달리, 어떤 인터뷰에서 한대수씨는
자신이 슬픔과 고통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생긴 모습과는 달리 섬세한 사람인 것이고,
대충 알려진 그의 가족사를 보더라도 그럴만 하다 싶다.
눈을 뜨기도, 눈을 감기도 무섭다는 'paranoia'란 노래도 있다.

대체로 사람이란 나이들면 도피 하기가 쉬운데
이렇게 나이 들도록 고통과 슬픔에 직면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이처럼 아픔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올드 보이'라 부를만한 사람이다.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공연 때 왼손에 문제가 있어 코드도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아내가 처지를 해서
정신을 차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디 건강하시길.
'나도 만수무강 하고'라는 '고무신'의 추임새처럼
만수무강하시길.

*

'지렁이'란 이 노래, 들어보시려면 플레이 버튼을 클릭!
그 아래에 덧붙인 가사는
경상도 말에 익숙한 나도 군데군데 헷갈린다.

그리고 이게 포크인지 락인건지,
또 저 주절거리는 건 랩인지 창인지...
하지만 자신의 속을 솔직하게 표현하다보면
경계라는게 의미 없어진다.
사실은 아주 그런지스럽다.






지렁이 - 한대수


우...

지렁이가 낚시대에 우예있나 낚시대에 지렁이 우예있나
고기가 낚시를 잡나 글마 낚나 마이~

땅이 움직이나 해안이 가까워지나
바다로 마음을 먹고 마음은 바다를 먹고 나는 정말로 몰라~

꿈을 꾸고 악몽이 되고 악몽이 꿈을 꾸고 천장이 내려오고
나는 혼자서 온갖 소리를 하고 있구나~

아 고마워해라 닳고 닳고 달로 되고 뚫고
겨울도 길고 핫초코 하나 먹고 싶구나~

태어나고 죽고 죽고 태어나고 병들고 눕고
안락사 묵고 숨고 죽고 아 정말 외로워~

귀도 먹고 눈도 먹고 잠옷 입고 먼지쌓인 피아노 앞에
홀로 앉은 베토벤이 생각 나구나~

아 그러나~
그대의 따뜻한 품속의 집 아 고마워~
그대의 시간을 껴안는 몸

아....

신촌을 나서니 온갖 처녀들의 미니스커트 허긴
남자가 그리워 허벅지 위로 아래로 온나 옥타뻐~

이제 피카소가 됐나
우리를 할아버지로 대하느니 로리타만 그리워 하는지
마지막 연애만 한번 하고 싶구나
(이제 피카소가 됐는지 할아버지가 됐는지
왜그리 로리타만 그리워하는지
마지막 연애를 딱 한번만 하고 싶구나)

마누라가 다 떠나고 병들어 누워있는 홀로 죽은
때묻음을 당한 모차르트 선생님이 생각나구나

아 그러나~
그대의 따뜻한 품속의 집 아 고마워~
그대의 시간을 껴안는 몸

아...






2010/04/30 13:02 2010/04/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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