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from 나날 2010/05/09 01:23



이번 어버이 날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아들과 손자를 정말 보고싶어하실 어머니.
치영이가 중학교 교복 입은 모습을
정말 보고싶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바보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것 제대로 챙기는 것도 없고
남에게 뭔가를 요구할 줄도 모르고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대학입학을 핑계로
서울에 올 수 있었을 것이다.

*

어머니는 거꾸로 태어났다.
모두들 머리부터 태어나는데,
어머니는 다리부터 나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살았고
아직도 가난하게 살고있는 어머니,
거꾸로, 나이 들어서는 좀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

사진은 아마도
어머니가 중학교 다닐 때의 찍은 것.
제일 왼쪽이 어머니이다.

어렵게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좋은 것들을
나중에 어린 내게 모두 가르쳐 주셨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나에게
시조며 가곡들을 많이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가 반대하셨지만
백과사전도 사주셨다.
그리고, 아버지 돌아가신 후
다달이 문예지를 사주셨다.

*

어머니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 거다.
저 사진 속의 어머니는 몇 살이었을까?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었을까?

다음에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 창녕(昌寧)에 한 번 가고 싶다.
외할머니와 둘이서 6.25를 겪었다던 그곳,
까마득한 옛날에 홍수가 나서 온 세상이 잠겼는데
산 꼭대기에 황새 한마리 앉을 자리는 남았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곳.
어머니가 그리워하지만
가기 힘든 그곳에.

어린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노래 하나 올린다.





 








only sixteen/ dr. hook

2010/05/09 01:23 2010/05/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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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0/05/09 03: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머니 사진이 있는것만으로도 좋으시겠습니다. 그리울때 뵐수 있으니.
    전 아주 어릴적 부모님이 두분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사실 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자랐습니다.
    이젠 어른이 되서 자수성가 했지만 명절때가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고는 합니다.
    지갑속에 넣고 다닐 부모님 사진 한장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 그리고 전 올해 35이 되었습니다.
    마분지님은 저보다 형님되시는것 같기도 한데 ^^ 딱 제나이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세대의 중간 세대가 되는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예전 아날로그 때의 필름사진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 마분지 2010/05/09 13:43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러셨구나...
      지금까지 자라오시면서
      마음이 힘든 때가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시고 잘 살아가시니까
      하늘에서 부모님이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고향에 어머니가 계시니까
      잘 해드려야 되는데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성할 일입니다.

      저는 마니님보다 열 살이 많네요.
      평소에는 그냥 지내다가 이렇게
      나이를 짚어보고는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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