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

from 나날 2010/06/08 14:39


부산에 다녀온 후, 많이 걷는다.
걸으면서 아프던 다리도 조금 나아졌다.

지난 금요일에는 사무실에서 출발해서
청담동을 지나고 영동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그리고 건대입구 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넌 것은
대학 졸업 후 처음.

어제는 강남역 사거리까지 다녀왔는데
'도를 아십니까?'의 새로운 버전을 만났다.
길을 묻고 거기에 답을 해주면 계속 말을 거는 방식이었다.
친절한 사람을 귀찮게하다니...

한 때, 그들이 말하는 그 '도'가 궁금해서
길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은 제사 지낼 비용 100만원을 내라는 거였다.
내게 막힌 것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가려고 했더니
초 값으로 만원이라도 주면 기도를 해주겠다며
소맷자락을 계속 붙잡는 것이었다.
수고하세요, 인사하고 뒤돌아서 왔다.

*

걸어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오랫동안 내 속에 분노가 있었다는 점이다.
별 것도 아닌 것을 품고 있었구나 싶었다.
걷고 돌아다니고 거리와 사람들도 구경하다 보니
답답하던 생각의 새로운 틈도 보인다.


*

다음 프로젝트로는
'픽션'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었다.

하비 콕스의 '예수 하버드에 오다'를
다시 읽고 있는데 재미있다.
이 책은 유태인 랍비로서의 예수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에 '미드라쉬'라고 하는 유태인 랍비들의
설화적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성경의 비워진 부분을
자신의 통찰을 섞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모든 것의 근본은 이야기가 아닌가?
장르의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올 뿐.


*

오늘은 땡볕 속을 걸어야 겠다.
 





2010/06/08 14:39 2010/06/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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