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식당

from 나날 2010/06/24 14:43


아이가 사무실에 놀러왔을 때 일본 우동집에 갔던 적이 있다.
옆 자리에는 강남에 사는듯한 50대 남자들 몇이
식사를 마치고 잡담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목소리로 킬킬거리면서 천성산 터널 관통을 반대하며
죽음에 이르는 단식을 감행했던 여승을 욕하고,
자살한 전 대통령을 욕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그 식당에 젊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여섯 살이나 될까 싶은 딸 아이가 영어를 쓰고 있었다.
외국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고
아이의 영어 교육을 위해서 일상적인 대화를 영어로 하는 모양이었다.
또 어느 날은 어머니가 중학생 정도의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식사 중 대화의 주 내용은 누가 전교 1등했대더라,
혹은 누가 어디로 유학을 갔다더라,하는 것들이었다.

*

종종 늦은 시간에 혼자 점심을 먹곤 한다.
그러다보면 반찬을 다듬거나 청소를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듣게되는 경우가 많다.
강남의 식당에는 조선족 아주머니들이 정말 많고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들도 제법 있다.
그들에게 화장품을 방문 판매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나름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아주머니들도 있는데 이상하게 표정이 어두운 이들이 많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막일에 몰려나온 탓인지
표정이 밝지 않고 일도 서툴러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스럽다.

*

동네 양아치처럼 가난한 이의 주머니 돈까지 탈탈 털어가면서
부를 늘리고 유지하는 이들이 주인행세하는 시절이다.
그들의 천박함에 너도나도 고개를 가로젓지만,
어쨌거나 이러한 사회의 주축이 되어버린 내 또래의 삶을 보게되면,
이 시대에는 답이 없구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장정일 시인이 어떤 시에서
'문제의 나라에는 문제의 중년이 있다'라고 썼는데
이제 나의 문제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도 벅찬 나는
가끔은 아이가 이 체제에 볼모로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mercedes benz/ janis joplin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My friends all drive Porsches, I must make amends.
Worked hard all my lifetime, no help from my friends.
So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Oh lord won't you buy me a color TV.
Dialing for dollars is trying to find me.
I wait for delivery each day until 3.
So oh lord won't you buy me a color TV.
Oh lord won't you buy me a night on the town.
I'm counting on you lord, please don't let me down.
Prove that you love me and buy the next round.
Oh lord won't you buy me a night on the town.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My friends all drive Porsches, I must make amends.
Worked hard all my lifetime, no help from my friends.
So oh lord won't you buy me a Mercedes Benz
2010/06/24 14:43 2010/06/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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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0/06/24 18: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열심히 살고 열심히 돈모으면 잘살수 있다.
    이런말을 들었던거 같은데.. 지금은 주식잘하고 한탕 잘벌어야 잘산다는 분위기만 팽배해지거 같습니다.
    자꾸 옛날이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

    • 마분지 2010/06/25 13:08  address  modify / delete

      이제는 주식과 한탕도 옛말인 것 같네요.
      자기들 끼리 계속 해먹는 구조를 만들어놓았으니까...
      뭐, 귀족 작위라도 달고 싶을 겁니다.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네요.
      돈의 흐름이 너무 극단적인 세상입니다.

  2. 재필 2010/06/26 1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예전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어색한 영어로 (활기차게!) 나누는 모녀와 그 옆에서 말없이 담배만 뻐끔거리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저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는걸?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ㅎㅎ
    이야기를 하고 표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할 얘기가 많아지는 시대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 본인 스스로도 잘 살기 힘든 그런 때인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이제 반년 후면 급물살에 휩쓸리게 될텐데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

    • 마분지 2010/06/26 19:47  address  modify / delete

      직장을 다니고 있는 후배들은
      점점 더 직장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탄들을 합니다.
      밖으로 나와서 프리랜서를 하거나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일 역시
      더더욱 힘든 세상이 되었구요.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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