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없는 게

from 나날 2008/02/04 00:00


아이들은 무언가를 가지지 못한
다른 아이들을 차별한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닌텐도 DS도 없는 게
-집에 자동차도 없는 게
-MP3도 없는 게
-강화도에 가본 적도 없는 게

아이들이 편을 가르고 따를 놓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아이들이 그러는 것은
아마 어른들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만연한 사회이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차별을 표현하는 방식은
좀 더 직설적이다.
어른들이라면 둘러서
좀 더 고차적으로 할 차별의 표현을
쉽게 입으로 하는 것 같다.
여자 애들은
'옷도 못입는게'하면서
따돌린다고도 한다.

*

강화도에 못 가본 아이가
자기 반에 셋밖에 없다는 얘길 하며
아이가 쿨적거렸다.
강화도 놀러가는 문제만 아니라
위에 열거된 모든 것들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가진 아이들끼리
배타적으로 논다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TV를 사달라고 조르다
아버지가 사주지 않자
침묵 시위와 가출을 감행하던,
오즈의 영화 "안녕하세요"의
아이들의 생각난다.
그것은 유쾌한 코미디였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

게임, 게임기는
그리 권할만한게 못되니까,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게임기를 가지지 못하면
어느 축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마음이야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고 싶지만
나쁜 현실은 당장 바뀌지 않고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이란 것을
찾거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차피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기에
유달리 뭔가를 금하고 강변하는  
어른스러운 태도를
가지지 말자고 생각한다.
집단의 문화가 그른 게 많더라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거니까,
그것도 경험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의 구체적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

닌텐도도 안사주고,
MP3도 안사주고,
자동차도 없고,
강화도나 경주에
한 번도 데려가 본 적 없는,
그 잘난 아빠의 캠코더 LCD가
또 맛이 갔다.
한국 파나소닉 넘들은
접촉불량을 수리하는데
또 12만원을 달라고
할 것이다.


*  

사진은 아이가
비닐 컵에 그린 나무.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저렇게 삐뚤삐뚤
아이가 자기 손 가는대로
그린 그림이 나는 정말 좋다.
정말 나무가
살아있는 것 같다.





2008/02/04 00:00 2008/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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