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티켓들을 모아두는 병.
여기에 다시 티켓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홍상수의 '하하하'를 보았고,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의 '교사형(絞死刑)'을 보았다.
홍상수의 영화는 오래도록 보지 않았는데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밤과 낮'을 보면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참 찌질거리는 이야기를 킬킬거리면서 봤다.
오시마 나기사의 '교사형'은
그 과도함이 부담스럽고 답답한 영화였지만,
1968년 일본의 상황을 짐작해가면서
영화라는 표현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 이전에 그가 만든 영화들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되질 않았다.
*
고등학교 때 읽다가 말았던
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을 읽었고
서른 살에 읽었던 알베르 까뮈의
'최초의 인간'을 읽고 있다.
해설을 읽다보니
오래 전에 까뮈의 '작가 수첩'을 읽다가
밑줄 친 글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한 인간이 이룩한 작품이란,
예술이라는 우회의 길들을 거쳐,
처음으로 가슴을 열어보였던 한두 개의
단순하고도 위대한 이미지들을 다시 찾기 위한
기나긴 행로에 지나지 않는다.'
내게 영화가 중요하다면,
내 의식이 열리던 무렵 내 마음에 감광(感光)된
태초의 이미지들을 이해하고
또한 나누기 위한 길로서의 무엇이다.
오랫동안 주저 앉아있다가
다시 의식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도 생겼다.
여러가지 형편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
이 길이 어디까지 이를 지 모르겠으나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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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분지님 다시 오셨군요..
전 다쓴 공책에 신문영화 포스터 오려서 붙인 공책이 한박스가 되었었는데 어느날 땔감으로 가버렸습니다.. 그땐 정신이 완전 공황상태 였었습니다
지금은 저렇게 모아둘 문화생활을 못해봤네요
영화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스크랩까지 하셨던 걸 보니...
저는 뭘 잘 모으지 못하는 성격인데,
작정을 하고 찾아본 티켓들은
저렇게 병에 넣어두었습니다.
날이 덥네요.
더위를 잘 견디는 편인데
껐다 켰다 하는 에어컨 때문에
더 지치는 것 같습니다.
휴가철이라 서울이 조금 한산합니다.
휴가 잘 보내시고
더위 먹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