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from 나날 2010/08/20 13:21



어린 시절에 강제적으로 그려야했던
반공 포스터를 다큐에 넣고 싶었는데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포토샵으로 리메이크 했다.

끔찍한 그림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6.25가 되면
아이들은 모두 반공 포스터를 그려야했다.
대체로 38선을 뚫고 넘어오는 탱크 그림이
무난한 모범 답안이었는데
가끔은 이런 잔인한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칭찬을 받곤 했다.

북한군의 얼굴은 빨갛게 칠하고
그 모습은 악마처럼 과장 했다.
북한군은 사람이 아니라
죽여 마땅한 괴물, 악마인 것이다.
반공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늘려가는 체제는
아이들에게 분노와 살의를 가르쳤다.
백인들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도록 했던,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도록 했던 시선을
아이들에게 강요했다.

나는 이런 잔인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리고 저렇게 노랑 바탕을 칠한 적도 없다.
강요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싫어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숙제를 해야하면
38선을 끊고 넘어오는 탱크를 그렸던 것 같다.

이런 잔혹한 포스터를 그리면
잘했다고 칭찬하고 상을 주던 선생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고 있었을까?
그 자신들은 잘 살고 있을까?

끔찍하다.
















2010/08/20 13:21 2010/08/20 13:21
Tag // ,

Trackback Address >> http://lowangle.net/blog/trackback/45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mani 2010/08/20 15: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역시 같은 생각이었던것 같습니다. 잔인할수록 상을 주고 침흘리는 늑대 로 표현을 해야 했던 박수받던 때가
    있었네요 마분지님 때와 저의 어릴때는 반공사상을 배우고 자랐지만 지금세대 (10대들은) 안중근의사
    도 모르고 자라는것 같더군요 저랑 열살차이나는 회사동생도 이승복이 누구인지도 모르는것 보고
    반공을 모르고 자라는 세대가 행복한것인지 치열하게 배웠던 윗분세대들이 맞는건지 갈피를 못잡는 때가 되버린것 같습니다

    • 마분지 2010/08/20 15:54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네요, 침흘리는 늑대도 있었죠ㅎㅎ

      '빨갱이'라는 말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윗 세대들은 공포가
      뼈 속에 각인 되어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들의 공포를 이용해서
      분단을 강화시켜온 역사...
      헤어진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현실을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
      이 사회의 엽기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북한 트위트에 접속을 차단한다는
      기사도 보이네요...ㅎㅎ
      뭐 접속이 되더라도 빤한 이야기만 있어
      관심도 가지 않을텐데...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