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다녀와서

from 영도 影島 2010/09/27 00:00

추석 날, 비가 내리더니
다음 날은 거짓말처럼 맑은 날씨였다.

처음으로 영도 봉래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어릴 때 그 아래 중계소가 있는 곳까지는 가보았는데
산꼭대기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에서 보면 오륙도는
안마당의 작은 돌멩이들처럼 보인다.

층층이 여러 겹의 푸른 빛을 띤 바다,
띠를 이루고 있는 구름,
그리고 파란 하늘.

쾌청한 날씨에 산꼭대기에 있으니
이런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풍경에 대한 결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닌지 8년.
이런 풍경을 만나면 맨눈으로 보고 싶어진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카메라로 담느라 애쓰는 것은
길지 않은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



아버지 30 주기 성묘.
부산에서의 촬영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30주년이라고 생각하니
성묘 장면을 한 번 더 촬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고
바람에 나무 가지는 많이 흔들렸다.
햇살도 좋았다.

*



성묘를 다녀 온 오후,
동삼동 패총 전시관에 갔다.
그리고 그 곁의 하리항(下里港)에서
한 동안 바다를 보며 놀았다.

아주 오래 전의 유적이 있는 곳,
어린 시절의 아빠 친구 집이 있던 곳.
아이는 어떤 기억을 가질까?

아이는 휴대폰으로
저물어 가는 바다와 하늘을 찍었다.
좋은 저녁이었다.

*



큰 고모님, 많이 늙으셨다.
아흔이라는 연세에 비해서는 건강하시지만,
이전의 괄괄하고 당당한 모습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집 안에는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 더러워지고 있었다.

내가 나올 때, 아파트 베란다 창으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셨다.

내 속에 쌓인 감정도 많은데
힘없이 나이드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



추석 다음 날의 달,
크고 둥글었다.










2010/09/27 00:00 201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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