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

from 사진, 이미지 2010/10/18 18:58


다큐를 위한 자료들을 찾기 위해 박스를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
옆에 있는 사람은 독문학과를 다니던 여자 선배.
스무살의 나는 참 어려보인다.

베란다 구석에 쌓아놓았던 박스를 풀어서 자료를 찾았는데
정말 찾고 싶었던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몇몇의 사진과 아버지의 악보,
일기장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LP들도 많이 사라졌다.


*

위의 사진을 찍은 곳은
대학 다닐 때 자주 드나들던 카페의 창가.
그 카페엔 영문과 독문과 불문과 학생들,
연극을 하던 이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거기서 나는 놀기도 하고, 음악을 틀기도 하고
무보수로 서빙을 하기도 했다.
밤에 혼자 들어가 음악을 듣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오디오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바닥에 누운 채
레드 제플린의 'rock' n roll'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카페는 나중에
가수로 알려지기 전의 김광석씨가
인수했다.

대학시절이 적막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사진들을 찾아보게 되니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럿이 찍은 대학 때의 사진을 보면
나는 항상 가장 자리에 있다.
 
*

함께 사진을 찍은 여자 선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릴 적에 창을 통해 집과 집 사이를 보았는데
거기에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고.
실제로 보았다고.

나는 그 말을 믿는다.







2010/10/18 18:58 2010/10/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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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smine 2010/10/20 15: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뭐에여...완전 잘 생겼쟎아요! (그렇다고 지금이 어떻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데 '안치영' 느낌이 물씬 나요. 유전자의 힘이랑 보통 놀라운 것이 아닌 듯.
    넘 놀라서 창헌씨한테 얼른 홈피 와서 보라고 문자 보내고, 일이 많아 바빠 죽겠는 와중에 댓글을 달고 있사옵니다. 오홋~ 감동이에요. 다음에 다른 사진들도 보여 주세요~^^*

  2. Jasmine 2010/10/20 15: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두번째줄 힘이랑 -> '힘이란' ㅡㅡ;; 오타가 났는데 수정을 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ㅠ.ㅠ

    • 마분지 2010/10/20 15:45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아무래도 잘 나온 사진을 골랐겠지요?
      그때는 머리도 길었고 숱도 많았고,
      담배 핀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고,
      동안이기도 했고,
      거기다 측광으로 찍은 사진 빨도 있고...ㅋㅋ

      이 사진을 찾고서는 오랫만에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세월의 흔적들로 가득한 얼굴이 되었군요...ㅠㅠ
      세수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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