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from 나날 2010/11/15 11:31



토요일과 일요일, 몸이 좋지 않아 잠을 많이 잤다.
미뤄둔 일을 하는데 힘들었다.

몸이 피곤했던 것일까 마음이 피곤했던 것일까.
연말 파티를 위한 메이크업에 관한 카피와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는 어떤 단체를 위한 글.
먹고 사는 게 막막한 때가 많았지만
가급적 피해왔던 성격의 일들이다.

오래 전부터 내가 다가가고자 했던 삶과는
정반대의 가치들을 전하는 일에 붙들려 있는 것은
때로 많이 힘들다.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가끔은 느닺없이 구덩이 빠져버린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것들을
대체로 부정되어야 할 무엇으로 여기는 삶이란
피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암튼, 간다.

*


 
토요일, 13일은 전태일의 40주기였다.
청계천에 그의 상반신 상이 만들어졌다는 기사는
오래 전에 보았는데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어릴 때 고모집에서 일하던
누나들, 그래봐야 나보다 두 세살 정도 많았을,
시골에서 부산으로 와서는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을 떠올린다.
힘든 공장 일을 마치고 근처의 국민학교에
한글 등을 배우러 다니던 이들도 있었다.
꼬마였던 나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누나의 등에 업혀서 야학에 간 적이 있다.
오래 전에 '따뜻한 등,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란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그 기억을 쓰기도 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태일이 하나의 불꽃이 되어 사라진지 40년.
그럴듯한 모양을 갖춘 한국의 이면은
여전히 많은 어둠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절대적인 빈곤은 많이 사라졌겠지만
도처에 가난은 그 모습을 달리한 채
스멀스멀 괴물처럼 커져가고 있다.

전태일을 생각하면서
그때 꼬마였던 나를 업어주었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소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큰 빌딩 속에 있는 직장을 떠나
내가 다시 더듬어 찾아가야던 길이
가난함과 따뜻함이 함께 하던 그때이며
작고 힘 없는 사람 곁임을
다시 생각한다.

대체로 내가 못난 탓이겠지만,
참 멀고 먼 길을 가고 있다.

오늘은 영하의 날씨.


2010/11/15 11:31 2010/11/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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