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림

from 나날 2010/12/06 16:22


집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사진과 같은 물탱크가 있다.
외계의 물체처럼 그로테스크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SF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비둘기들은 그 미확인 물체에 속한 전령들처럼
근처의 가지에서 웅크리고 있다.

사실은 날이 추운 것이다.
 
*

롤링 스톤즈의
'sticky fingers'를 듣고 다닌다.
아주 좋다.

비틀즈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이쁜 노래,
아마도 맥카트니가 만들었을 노래들이
싫어질 때가 있다.
롤링스톤즈는 그렇지 않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락(rock)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도
이미 클래식에 속한다.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란
바흐나 베에토벤 같은
서양 고전음악들이 아니라
6,70년대 밴드들의
노래일 것이다.

시대를 흔들어 댈 새로운 음악은
언제쯤 다시 태어날까?
지금은 위대한 시대의 잔영에
기대어 사는 시간일 뿐.
그나마 그들의 음악이 없다면
지루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천박함만이 날 뛰고
모두들 웅크리고 있는
시대.





2010/12/06 16:22 2010/1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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