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네

from 나날 2010/12/21 15:31


사무실 옆의 나무.
몇 해 전에 박스가 얹혔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한 해가 간다.
연말이라는 기분도
크리스마스라는 기분도
전혀 들지 않지만
세상의 시간은 어김없이
12월 말임을 말해준다.

해를 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아쉬움.
지난 수 년간의 무기력을
조금 털어낸 해이기는 했지만
가지에 얹힌 구겨진 종이 상자처럼
마음에도 뭔가가 얹혀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전환점이 된 해였다.
하.하.하, 라고 웃어버릴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일까?
마음을 찔러대던 이런저런 것들에
조금 둔감해지기는 했다.

또 한 해가 간다.
내년은 좀 다를까?
그러길 바란다.

*

며칠 전 인터넷에서
'맥도날드 할머니'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기사를 클릭해서 본 순간,
아, 살아계셨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2000년이 되기 전,
직장이 있던 포스코 센터 지하의
버거킹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분이었다.
그래서 '버거킹 할머니'라고 불렀고,
700매 가량을 쓰다가 중단한
장편 소설의 제목도 '버거킹 할머니'이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백남준과 프랑크 스텔라 등의 작품으로
번쩍거리는 인텔리전트 빌딩의
패스트 푸드 점에 자리 잡은
흰 머리의 할머니.

2000년대 초반에
광화문의 시네큐브의 식당에서 뵌 적이 있고
새 문안교회에서도 뵌 적이 있다.
그 후로 뵐 수가 없어서
혹시 돌아가신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아계셨던 것이다.
기사에는 6년 정도 패스트푸드 점을
전전하며 노숙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보다 두 배는 오래 된 거다.
IMF때 처음 뵈었으니.

멈춰버린 글을 다시 이어가라는
계시인가?


2010/12/21 15:31 2010/12/21 15:31

Trackback Address >> http://lowangle.net/blog/trackback/49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mani 2010/12/22 18: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벌써몇주째 병원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밤에는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서 거의 혼수상태였다 돌아오곤 합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몸고생은 처음 해보는터라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벌써 2010년 해도 다 가는것 같네요 올한해 멋진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는 가족과 마분지님 모두 더좋은
    한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주 찿아뵐께요.. 요새몸이 엉망이다 보니 블로그고 뭐고 올스톱이 되버렸네요

    • 마분지 2010/12/22 19:26  address  modify / delete

      이런...그러셨군요!
      입원할 정도면 굉장히 심한 상태인데...
      마니님 블로그에 업테이트가 없어서
      좋지 않은 모드인가,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심하게 아프시다니...
      빨리 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올해 좋은 일도 있었으니 잘 마무리 하시고
      내 년엔 또 멋진 계획들을 실천하셔야지요~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필승!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