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from 나날 2011/01/24 13:44


전철 타고 가는 인천은 멀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인천엘 갔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놀랐다.
그리고 저만치 물러난 서해 바다가
바다라는 실감이 나지 않아 심심했다.
1991년에도 다녀온 적 있었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이번엔 아이와 함께
차이나 타운에 가자는 것이었으니
바다가 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또 푸른 빛을 띠고 있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그 전과 달리 차이나 타운은
새롭게 패루(牌樓)를 세우고
관광 차원에서의 단장을 해서
조금 생기있어 보였다.

*

사진은 1930년대에 지은 중국식 건물 측면.
정면의 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측면의 창을 통해서 보인다.

오래 전 TV 드라마에도 나왔던 것 같은 위의 건물은
인천상륙 작전의 포화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았고
아직 화교(華僑)가 살고 있다고 한다.
서쪽, 그들이 건너 온 고향 쪽을 향하고 있는
건물이다.

임오군란 때 청(淸)군을 따라왔던
상인들이 오래 머물게 되면서
인천에 중국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의화단(義和團)의 북청사변(北淸事變)으로
산동(山東)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오면서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화교는 대체로
그때 이후 건너온 중국인의 후예들이다.
우리 동네의 중국집의 주인도
산동 출신이라고 했다.

*

늦게 인천에 도착했던 바람에
옛 일본 조계지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쉽다.
아직도 당시의 거리 구획과
석조로 된 옛 은행 건물들이 있었다.
부산의 동광동이나 광복동 같은
일본식의 거리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잠시 고향 부산에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바다를 보러 갔던 인천이
이제는 개항의 흔적을
더듬는 장소가 되었다.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2011/01/24 13:44 2011/01/24 13:44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