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나날 2011/04/15 18:50


어김 없이 가지 끝에 잎이 피어나고 있다.

대학 들어가서 동양 철학을 배우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生生不息'이었다.
우주란 태어나고 또 태어나며
결코 쉬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주의 본질을 유가(儒家)에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공자왈, 맹자왈, 군사부일체 따위로
국민과 학생들, 그리고 약자들을 짓누르던 유교(儒敎)가 아닌,
우주의 본질에 대한 사상을 접했을 때 상당히 신선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보수 기독교가 강요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한정될 수 없고 고정되지 않은,
늘 움직이는 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그런 생각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도덕경(道德經)을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감동 했고,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읽었을 때에는
요한복음을 떠올렸다.
기독교 신약의 복음서에 남아있는,
내 마음을 찔러왔던 것들과
처음 읽는 경전이 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참으로 놀랍고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이 '생생불식'이
항구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더더욱 그러하다.

암튼, 잎이 피었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그런 잎처럼 느껴진다.
저 새 순이 전해주는 감각도,
그리고 작은 생명이 전해주는 안도감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런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한 나절의 봄 볕 속에서
이파리들은
엄청나게 자란다.

봄이다.
다시 올지 어떨지 모를
봄이다.

*

이번 주는 2분 가량
편집했다.








 
2011/04/15 18:50 2011/04/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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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ni 2011/04/16 04: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병충해 소독 차원에서
    나무란 나무는 다 잘라내고 휑한 주차장만 보입니다.
    저희 동네만 그런건지 출 퇴근길에도 봄을 찿아 볼수 가 없습니다.
    일부러라도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은데 말입니다.

    • 마분지 2011/04/18 01:29  address  modify / delete

      나무를 다?
      가지치기도 난폭하게 하는 나라인데
      나무를 아예...

      하지만,
      그 휑한 풍경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의 풍경이겠죠.

      저는, 오랫동안 카메라를 놓고
      그림일기도 만들지 않고 있어서
      오늘은 좀 주변을 촬영하려 했는데
      해가 이미 기운 후에
      잠에서 깨었네요...ㅠㅠ

  2. mani 2011/04/18 02: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 전부 잘라내고 개나리 두그루와 화단용 식물만 심어놨네요..
    정말 멋없는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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