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나날 2011/04/27 13:35


내일 사무실 이사를 한다.
담배 필 때 바라보곤 하던
덩쿨벽도 이젠 안녕이다.
 
면벽(面壁) 7년.
지난 시간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슨 득도를 한 건 아니지만,
내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고
무기력에 빠져 주저 앉아있던 시간도 있었다.
과거를 그저 묻어버리면
미래란 결코 오지 않는 것이라고 깨달았고
아무리 꼴사나운 현실이 횡행해도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는
쓰라린 인정 위에서 출발을 해야
변화를 위한 걸음이 가능하다는 것도
새겼다.

직장이거나 다른 사회적 관계 같은,
이 사회에서 나를 지키고
또 엄호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이
버텨온 시간이었고
돌아보니 그 시간이 아프고 고맙다.
다만 무력증에 빠진 시간이 길었던 것이
조금 아쉽다.

*

오랫만에 '욥기'를 읽는다.
인간이 당하는 고통에 관한 글이다.
신의 부조리함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선의를 가지고 노력을 해도
고통에 이르게 되는 세상,
그 주관자인 신에 대한
항의와 질문으로
가득하다.


*

사무실을 옮긴다고 생각하니
한 시절이 끝났구나 싶다.
사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조금은 달라져야겠다.

팍팍한 시절이다.
직시하고 직면하고,
또 그런 자세로 나아가지 않으면
길이 없다.
맴돌 뿐.







 

2011/04/27 13:35 2011/04/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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