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크레인

from 영도 影島 2011/05/23 14:32


몇 년 전, 영도 산복도로에서 찍은 한 장면.
십자가를 중심으로 오른 쪽에 비죽이 나온 것이
한진 중공업 영도 조선소의 크레인 중의 하나.

저 크레인이 85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2003년 85호 크레인에 올라가서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교섭을 요구하던
김주익씨가 목을 매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다시 불어닥친 정리해고의
칼 바람 앞에선 노동자들을 위하여
민주노총 부산 본부 지도위원이라는 직함을 가진,
영도 조선소 최초의
여성 용접공이었던 김진숙씨가
다시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갔다.
아직 크레인 위에 있다.

그 뜻이 이루어지길,
부디 살아서 내려오시길.



*

한진 중공업 영도 조선소는
1937년 일본인들이 만든
조선소에서 시작되었다.
해방 후, 조선공사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이후 한진중공업이 인수를 했다.
어릴 적,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매일 그 앞을 지나 다녔다.
그리고 사진의 십자가는
어릴 적 내가 다니던 교회의 십자가다.
김진숙씨가 저 아래 조선소에서
용접을 시작했을 때
나는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조선소 앞을 지나다녔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조선소와 부두쪽을
내려다 보곤 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소설이란 걸 썼는데
첫 소설 답게 미완성이었다.
원고는 사라졌지만
첫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주인공 소년이 조선소와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기대 서 있는,
영화의 첫 장면과도 같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조선소의 소음들도
당연히 등장했다.
나는 그 소음을 사랑했지만,
그 소음의 깊은 속을
자세히 더듬지는 못했다.
부두의 노동자를 만나고
결말을 맺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어쓰지 못했다.

*

관련기사

송경동 시인의 프레시안 기고
크레인 위에서 보내는 글
김진숙이 키운 희망의 치커리

*

아래 사진은 김주익씨의 딸이
크레인 위의 아빠에게 보낸 편지

 

 
2011/05/23 14:32 2011/05/23 14:32

Trackback Address >> http://lowangle.net/blog/trackback/53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