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분류없음 2011/07/06 15:27


땡볕이 점령한 거리.
봉은사에서 버스를 내려
사무실로 오는 길,
지하철 공사장 부근에서
안전모를 쓴 누군가가
빗자루로 길을 쓸고 있었다.
내가 근처로 걸어가자
그는 먼지 날리는 빗질을 멈추고
지나가기까지 기다렸다.
외국인 노동자였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주 노동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을 영상에 담던
영상활동가 '숲속 홍길동'이란 분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가슴이 아프다.
카메라와 노트북,
외장하드를 분실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활동비 후원을 부탁하는 글을 올리고
상심의 시간을 보내신 후
이 세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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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흑백 TV로 보았던 것 중에
두 장면이 각인되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어느 나라인지 모르지만
어떤 시민운동가의 자살이었다.
그의 여자친구가 나와서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했다.
'그는 언제나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했는데
이렇게 비오는 날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시청 앞에 모래를
퍼붓는 퍼포먼스도 했다고 한다.
시청공무원들이
가난한 사람을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지 않고
통계적인 수치만으로
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였을 거라고
나중에 나는 이해했다.


*

잊지 말자

살아가자

걸어가자

그리고,
용서하지말자


2011/07/06 15:27 2011/07/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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