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모

from 이야기 2011/07/18 11:38


큰 고모님이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돌볼 자식도 없으신데다
몸은 쇠약해지고 치매 기운이 심해지셨다.
아흔의 나이.

위의 사진은
몇 년 전 인터뷰 할 때 찍어두었던
고모님 아파트의 베란다 창.
아마 다시 저 집으로
돌아가시기 힘들 것 같다.

기우는 석양이 오래도록
스며들던 창.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저 위의 창을 열고
내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드셨다.

고모와의 인터뷰에서
불편함과 부족함을 느끼곤 했지만,
토막토막 끊겨진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이젠 그런 흐린 기억의 영역마저
넘어 가시고 말았다.
 
*

일주일 걸려
큰 고모님의 인터뷰를 다시 보았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고모의 성격과
그럴 수 밖에 없었을 태도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한 사람이 의식의 경계를
넘어가 버리면
그 기억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저 소멸일 뿐일 것.

사람이 겪고 아프고
다투고 가끔은 즐거워 하는,
그래서 마음에 새겨지는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기록을 남기고
몇몇은 겪은 것에 대해 표현을 하겠지만,
그것은 기억의 무늬 같은 것을 조금 전해줄 뿐,
기억 그 자체는 아니다.
결국 기억은 그저,
사라진다.

슬프다.


*



오른편이 젊은 날의 큰 고모님.
아마도 1950년대 중,후반 쯤일 것 같다.
가운데 둘째 고모와 왼쪽의 큰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2011/07/18 11:38 2011/07/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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