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김밥집

from 나날 2011/08/09 17:37



새벽에 허기져 라면을 먹으러 나갔다.
아픈 다리를 끌고 한참을 걸어서 찾은 종로김밥.

강남에선 김밥이 한 줄에 2500원이지만
변두리에선 아직 1500원이다.

김밥집을 들어가는데
비쩍 마른 아저씨가
술에 취해 문전에서 어슬렁거리더니
김밥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따진다.
그러더니 가버린다.

앞으로 이런 얼굴들을
더 자주보게 될 것만 같다.

새벽에 편의점 앞에서
정신 없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남루한 옷차림,
담배 하나를 사고 카드를 긁었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
딱한 얼굴.
배낭을  메고 밤 거리에 주저 앉은
구부러진 등.

경제는 이른바
'공황'으로 치달을거라는
전망이 많다.

코레일과 서울시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또 '디자인 서울'을 위해,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몰아내겠다고 했다.
디자인과 이미지란
껍데기의 번지르르함이라 믿는
족속들이 하는 일이란
늘 반인간적이다.

지난 10년 간 서울에서는
1800명의 노숙자가
사망했다.



2011/08/09 17:37 2011/08/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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